정몽헌 회장 '현대상선 사장 복귀'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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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그룹은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의 복귀를 위해 정몽헌 회장이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섰다.

현대상선 전담은행인 산업은행도 6일 "金사장 교체불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 고 밝혔다. 그러나 金사장은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현대상선의 경영권에 혼선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몽헌 회장은 6일 현대상선을 방문, 두 명의 부사장에게 관리.영업을 나눠 맡기는 임시 경영체제를 일단 가동시켰다.

◇ 임시 경영체제〓현대상선은 이날 "영업 총괄 책임자에 김석중 부사장을, 관리지원 총괄에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부사장을 선임했다" 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현재 벌크선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金부사장이 영업 전부문을 책임지고, 崔부사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현대상선 CFO를 겸임하는 임시 투톱 시스템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金부사장은 1977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줄곧 해운업무를 맡아 왔다. 崔부사장은 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현대상선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권 공백을 막기 위해 내부 인사로 일단 임시 경영체제를 갖춘 것이며, 현대측은 金사장 복귀를 계속 종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 긴박한 현대그룹〓정몽헌 회장은 산업은행의 강력한 경고에 따라 사임을 표명한 金사장을 만나 복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측근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이에 따라 金사장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金사장은 4일 사의 표명 후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잠적한 상태며, 측근들은 "金사장이 복귀할 생각이 없다" 고 전해 당분간 현대상선의 경영권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산업은행의 강경한 입장〓산업은행은 지난 5일 공문을 통해 전달한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천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金사장을 신뢰하며 현 시점에서 그 외에는 현대상선을 맡아 경영할 사람이 없다고 본다" 며 "金사장이 경영에 복귀해 현대상선을 채권단과 협력해 독립기업으로 키워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주가는 5일 전날에 비해 50원이 떨어진 1천8백65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윤두영 리서치팀장은 "전문경영인의 사퇴가 현대의 구조조정 의지에 의문을 들게 한다" 며 "현대상선 내부의 갈등은 이 회사뿐 아니라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김시래.이희성.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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