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은 기업 애국심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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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함께 18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트랜스 아메리카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일류상품종합전시회에 참석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상파울루=최정동 기자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8일(한국시간) 상파울루 동포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자신의 시각 변화를 토로하며 '한국 기업 예찬론'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깨달은, 한국이 발전한 진짜 이유를 하나 소개하겠다"고 운을 뗐다.

◆ "경제 성장은 우리 기업 애국심 때문"=노 대통령은 우선 "우리 기업은 독재정부 시절 권력과 결탁해 특혜를 받기도 하고 금융상 혜택을 받아 온 게 사실"이라며 기왕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 와중에서 권력의 힘을 빌려 노동자를 탄압하고 갈등을 빚어 왔다"며 "기업들이 그렇게 반칙을 했지만 국민이 훌륭해서 오늘을 이뤘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 기업은 그렇게 성공한 이익을 모두 한국에 다시 투자했다"며 "그걸로 금을 사서 감추지도, 해외 친척 집에 숨기지도, 비밀계좌에 두지도 않고 전부 국내 기업활동에 재투자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노사 갈등이 있지만 오늘까지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온 것은 이 같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과 확실한 한국 국적의 기업이었다"며 "이제 국내 무대가 좁아 해외로 나가지만 이는 도피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 "나는 기업 밥 짓는데 부채질만"=과거 전직 대통령이 해왔던 순방 직후의 TV 보고를 하지 않는 데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성과라고 내놓는 제목들은 대개 우리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한 것이고 대통령은 밥 짓는데 뒤에서 부채질 한번 해 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KOTRA가 주최한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삼성.LG전자, 현대.기아 자동차 부스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고 현지 바이어들이 사이버 상담을 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중국도 전시회를 열었지만 한국 전시회가 더 북새통을 이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노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우리 기업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지키는 의리가 있다"며 "지구 반대편이지만 한국 기업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절대 실책 없도록 하겠다"=노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서 "지나고 보면 대통령마다 매번 사고를 쳤다고 표현하지만 한두 가지 훌륭한 업적도, 한두 가지 실책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에 경제가 어려웠지만 실적은 다른 대통령만큼 최대한 더 많이 내겠다"며 "실책은 전임 대통령이 한 것을 보았으므로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또 "우리 기업이 해외 활동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이 좀 시원찮아도 국민이 충분히 잘해내겠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긴다"며 "물론 내가 시원찮다는 얘기는 아니니 소문내지 말아 달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노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대해 "옛날 습관이 좀 남아 국회가 13일간 헛바퀴를 돌렸지만 선거 문화, 수준을 볼 때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 내놓아도 별로 부끄럽지 않다"고 평가했다.

상파울루=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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