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치른 고3 교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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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치른 수능시험의 가채점을 마친 고3 교실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았다. 학생들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6월과 9월의 모의평가에 비해 점수가 올라간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수능의 경우 평가원에서 가채점을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점수와 비교할 수 없고, 표준점수제의 전면 도입으로 스스로 매긴 원점수가 의미가 없어 교사와 학생 모두 지원 대학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나만 잘 본 게 아니네"=올 수능에 대해 고3 학생들은 "대박 난 애가 많다""한방을 터뜨린 애가 많다"는 표현을 썼다. 그런 때문에 "쉬워서 오히려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집에서 채점할 때는 점수가 올라 좋아하다가 18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비교해 보다 다들 잘 봤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로 기울었다.

이화여고 3학년인 임하영양은 "점수가 올라 일단은 기분이 좋은데 다들 잘 봤다고 하니까 표준점수로 계산하면 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상위권의 점수가 올라가면서 상위권과 격차가 많이 줄어 표준점수에서 손해를 보거나 실제 입시에서 눈치작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안양외고 신선미양은 "전체적으로 점수가 올라 걱정하는 아이도 많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상 수능등급을 확인해 수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진학 지도 대혼선=진학 지도와 진로선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가채점을 통해 파악한 원점수는 입시에 의미가 없다. 표준점수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평가원이 가채점을 하지 않아 당장 수시모집 지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21일 치러지는 고려대 논술고사 응시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만약 수능 성적이 좋아 서울대의 합격선에 들더라도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고, 고대 수시를 포기한 뒤 수능 성적이 나쁠 경우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고 3학년 임우섭군은 "자기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니 논술고사를 치러야 할지, 남은 수시에 지원 해야 할지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 2학기에서 두 군데 의예과에 지원한 한 학생도 고민에 빠져 있다. 두 대학의 면접 날짜가 같은데 수능 점수가 반영되는 최저학력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시험을 잘봤는지, 못봤는지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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