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부 초등학교 도서바자회 수익에만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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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부 이모(37.광주시 운암동)씨는 최근 아들의 초등학교 도서바자회 책 목록을 받아보고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1백20종 중 30% 가까이가 '귀신' '괴담' '공포' 등을 붙인 제목으로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어서 사 줄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자회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언급조차 없었다.

광주시내 일부 초등학교 도서바자회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수익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통상 학부모회 주관으로 봄.가을에 3~6일씩 도서바자회 명목으로 정가보다 10~20% 할인해 책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수의 학부모 회장단이 특정 유통업체를 선정, 수익을 나누면서 책 내용보다는 수익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회는 1백만원 이상에 이르는 판매 수익금을 학교시설 확충 비용 등으로 쓰고 있다.

이와 관련, 참교육 학부모회 광주지부와 광주 동화읽는 어른 모임은 5일 초등학교 도서바자회 개선 건의문을 각 학교 학부모회에 보냈다.

두 단체는 그동안 일부 학교의 도서바자회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나 학부모들의 사전 도서 추천 같은 절차 없이 소수에 의해 관례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연초에 바자회 계획을 수립할 것과 ▶도서선정기구 구성▶좋은 책 전시회 병행▶투명한 업체 선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바자회 기간에 좋은 책 바꿔주기와 헌책 바자회, 강연회, 인형극 등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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