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후보' 운떼며 권력누수 차단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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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여권의 대선 후보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민주당 당헌을 인용한 원론적 언급"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金대통령이 나름대로 구상하고 계실 것" 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여권의 최대 관심사다. 그럼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앞지르는 후보가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이길 수 있는 후보' 를 구하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릴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정가에선 金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가 의중에 두고 있던 이른바 '제3후보' 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는 李모 전 총리나 高모 전 총리 등이 당내 예비주자군과 함께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한 여권 인사는 의외의 젊은 인사가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여당이 대통령 후보를 부각시키는 데는 6개월도 걸리지 않는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발언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특정 예비 후보를 중심으로 줄을 서는 소위 '대세론' 이나 권력 누수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의 언급 대상에는 야권도 포함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 독주체제로 굳어진 만큼 야권에서 차기 대선을 꿈꾸는 예비 주자가 있으면 여권의 문을 두드려 보라는 메시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와 자민련을 향한 화해 제스처로 해석하기도 한다. 'JP대망론' 은 자민련 혼자의 힘으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DJP 공조 재복원이 이뤄지고 JP가 여권의 단일후보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金대통령은 이와 함께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고 밝혔다.

그동안 야당이 金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재직 사퇴나 탈당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대통령은 그같은 행동을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모두 총재직을 사퇴하고 탈당하는 한편 중립 성격의 내각을 구성했던 사례가 있어 관심을 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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