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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모차르트 효과, 놀고 있는 90%의 뇌…심리학·의학 속 ‘귀여운 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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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혹하는 심리학
스콧 릴리언펠드 지음
문희경·유지연 옮김
타임북스, 338쪽
1만5000원

모차르트 효과가 가짜라는 건 알만한 이가 다 안다. 이 책 저자의 지적대로 공상과학 소설의 수준인데, 출발은 좀 그럴싸했다. 첫 논문이 실린 게 권위 있는 과학잡지 ‘네이처’였다. 그때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였다. 그걸 살살 만져주고 키운 게 신문·방송이었고, 음반회사였다. 클래식을 들려주면 갓난아이 IQ가 높아진다는 확대해석으로 이내 치달았다. 이처럼 이 책이 지적하는 심리학의 그런 ‘귀여운 거짓말’은 부지기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잠재력의 10%만을 사용할 뿐이라는 심리학·의학의 미신이 그렇다. 더 분발하라는 뜻으로는 과히 나쁘지 않고 자칭 초능력자 유리 겔러까지 그런 소문을 퍼뜨렸다지만, 실은 ‘놀고 있는 90%의 뇌’는 없다. 간단하게 증명된다. 0.001%의 뇌 손상에도 뇌졸중·뇌경색 등 치명적 결과가 오지 않던가. 뿐인가? 10대 사춘기는 예외없이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 도 미신이란다. 그런 사람은 많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귀여운 거짓말’ 대신 반드시 참조해야 할 정보도 책에 많다. 화를 참기보다 터뜨리는 편이 낫다는 상식. 그건 아주 잘못됐다. 화내면 잠시 후련할지 모르나 공격성향을 높여준다는 게 심리학의 진실이다. 사실 불교에서 가장 경계하는 탐진치(貪嗔痴) 세 가지 독의 하나인 ‘진’이란 성내는 것이 아니던가?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정보는 따로 있다. “긍정적 태도를 가지면, 암을 물리칠 수 있다”는, 널리 퍼진 속설 말이다. 그 결과 암환자 상당수가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경우 암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사실과 다르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암에 걸리는 게 아니며, 긍정적 태도를 유지한다고 암이 극복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소, 음식, 환경적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때문에 암환자들이 혹시 “내 삶의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 병에 걸렸나?”고 생각한다면, 당장 버릴 것을 권한다. 좀 알쏭달쏭한 얘기가 적지 않지만, 꽤 유익한 책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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