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선산고 학부모 카운셀링 큰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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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8일 구미시 선산고교에서는 이 학교가 지난 1년간 시범 운영해온 이색 프로그램의 성과 발표회가 열렸다.

‘학부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한 농촌 고교생의 일탈행동 예방’이란 주제의 이날 발표회에서는 자원봉사 학부모들이 카운셀러로 나서 문제학생을 선도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됐다.

이 학교는 어머니들이 체계적인 카운셀러 교육을 받은 뒤 학교에 상담실을 설치,빗나간 학생들을 맡으면서 학교 안팎에서 빚어졌던 폭력 ·가출 ·범죄 등 각종 일탈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덕분에 지난해 검찰의 ‘사고 없는 학교’ 선정에서 ‘비둘기 학교’ 대상을 받았고,경북도교육청의 ‘생활지도 우수학교’로도 뽑혔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이 학교 학생들은 최근 결손가정 증가 등으로 학습의욕 및 성취동기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일탈행동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왔다.

1999년에는 학생 1명이 여자문제로 경찰관에 쫓기다 총기를 탈취해 난사하는 바람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정도였다.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맡은 김홍중(47)교사는 “교사 대 학생간 판에 박힌 대화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부모 집단상담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집단상담은 학생 7∼8명과 학부모 2명이 함께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부모의 입장에서 미리 문제를 풀어가는 예방 상담활동이다.

이를 위해 선산고는 지난해 초 20여명의 어머니들을 선정해 체계적인 카운셀링 교육을 실시하고 교내에 학부모 상담실을 열었다.

학생들도 터놓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학부모 상담사들에게는 쉽게 털어 놓곤 했다.

그동안 이 학교에 고질적으로 내려오던 선산중 출신 학생들과 구미지역 출신 학생들간 패싸움도 지난해 가을 학부모 상담사들이 꾸준히 ‘만남의 장’을 마련하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2년간의 상담사 활동을 곧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김선희(43 ·구미시 선산읍 노상리)씨는 “모든 학생들이 내 아들처럼 느껴져 상담에 더 열성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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