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환씨 32억 어디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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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43)씨로부터 진정 사건 무마와 로비용으로 42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사기 등)로 지난달 30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여운환(呂運桓.47)씨의 자금 사용 내역이 여전히 의혹 투성이다.

李씨가 呂씨에게 준 42억4천만원 중 현재까지 사용처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지난해 5월 李씨의 비리를 검찰에 진정한 S.K씨에게 준 10억원이 전부다.

따라서 나머지 32억4천만원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이중 17억원은 呂씨가 李씨를 속여 가로챘다고 밝히고 있다.

당초 呂씨는 李씨에게 S.K씨에게 15억원을 주고 진정을 취하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제 10억원만 주고 나머지 5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진정인이 추가로 합의금을 달라고 한다" 고 李씨를 속여 12억원의 어음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도와주겠다며 받아간 10억4천만원에 대해선 이렇다할 용처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계좌추적 결과 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이들 돈을 呂씨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 같다는 것이 검찰측의 설명이다.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呂씨는 李씨의 로비 창구라기보다는 이런저런 구실로 돈을 뜯어 챙긴 단순 사기꾼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정.관계에 아는 사람도 많고 나름대로 철저한 자금관리를 해 온 李씨가 呂씨에게 그런 방법으로 속았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呂씨에게 흘러간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32억4천만원 중 상당액이 당초의 목적대로 로비용으로 지출됐으리라는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현재 呂씨 계좌는 물론 呂씨 가족 계좌 등 의심나는 계좌는 모두 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李씨와 呂씨와의 자금 거래가 대부분 계좌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이뤄졌다는 것. 따라서 결국 呂씨의 의도적인 '배달사고' 로 귀결돼 의혹만 남길 가능성도 큰 상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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