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슬람 설득 '막판 굳히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개시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2일 중동과 중앙아시아 4개국 순방길에 오른 것은 미국의 막바지 외교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럼즈펠드 장관의 방문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오만.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공격에 직접 가담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못지않게 중요한 나라들이다.

나토 동맹국에 대해선 지난달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연루 증거를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가 집단방어권을 발동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4개국은 기지제공 등으로 '불굴의 자유' 작전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나라들이어서 작전개시를 앞둔 미국이 마지막으로 협력을 재확인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특히 신경을 쏟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작전의 후방기지로 최근 첨단 관제시설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술탄 기지를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럼즈펠드 장관이 직접 빈 라덴의 연루증거를 제시하며 기지 제공에 대한 담판을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도 탈레반 포위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국경선 바로 코앞에 있는 테레미즈 공군기지를 특수부대 침투의 전진기지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옛 종주국인 러시아의 입장에 맞춰 '인도적 차원' 의 기지 제공엔 협력한다는 입장이어서 럼즈펠드 장관은 어렵지 않게 우즈베키스탄의 지원 약속을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략적 고려 외에도 미국은 중동 이슬람 국가 전체의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테러뿌리뽑기 작전이 자칫 이슬람권 전체와의 전쟁으로 비화할 불씨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집트와 오만 등 이슬람 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과시함으로써 이슬람 국가들에서 불붙고 있는 반미감정을 가라앉히려 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