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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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더 비기닝

감독 : 레니 할린

주연:스텔란 스카스가드.제임스 다시

장르 : 공포

등급 : 18세 관람가

20자평 : 엑소시스트같지 않은 엑소시스트

새 스타일, 신 기술로 무장한 공포영화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도 영화 사상 가장 무서운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은 '엑소시스트'(1973)다. 2001년 11분을 추가한 '엑소시스트 제작자판'도 전 세계적인 흥행성공을 거뒀다. 영화를 보다 졸도하는 관객이 속출했던 개봉 당시의 충격적인 공포가 30년이란 시차를 넘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무서운 척 해도 십자가만 보면 오금을 저리다 결국은 선 앞에 무릎을 꿇고마는 악을 다룬 천편일률적인 공포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악령이 한몫했다. 십자가로 자위를 하며 신을 조롱하는 악령의 모습은 공포를 넘어선 충격 그 자체였다.

19일 개봉하는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은 바로 이 공포영화의 고전 '엑소시스트'의 전편(프리퀄)이다. 전편이란 뒤에 만들어졌지만 오리지널판보다 시간적으로는 앞선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스타워즈-에피소드1' 등이 시도했다. 오리지널 판에서 열두살 소녀 리건의 몸에 깃든 악령과 맞서 싸웠던 노(老)신부 메린이 젊은 시절 악령과 처음 대면한 순간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엑소시스트(퇴마사)가 된 과정을 보여준다.

1977년과 90년 나왔던 두 편의 속편이 그랬듯이 이번 영화 역시 오리지널 판에는 못 미치는 범작이다. 그럼에도 '엑소시스트'의 빛 바래지 않은 공포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리건의 몸을 사이에 두고 메린 신부와 악령이 한판 대결을 벌인 무대가 리건의 방에서 아프리카 땅 속에 묻힌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교회와 신전으로 옮겨져 두 눈을 현혹하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는 30년 세월이 주는 장점이다. 침대가 요동치고, 악령이 자신이 깃든 몸을 자해하며 나타나는 기묘한 형상은 오리지널 판에서 느꼈던 공포에 대한 어렴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공포의 강도는 훨씬 약하다. 여러모로 리건을 떠올리게 하는 원주민 소년 조셉의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이번 영화에서 신을 조롱하는 인물은 초자연적인 악령만이 아니다. 메린 신부의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나치의 한 장교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기도하는 메린 신부에게 "신은 오늘 여기에 없다"며 죄없는 사람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비록 강압에 의한 것이었지만 살인에 가담했다는 죄의식에 메린 신부는 사제복을 벗고 고고학자로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케냐에서 진행되는 동로마 시대 교회 발굴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메린은 이곳에서 프란시스 신부와 의사 사라 등의 도움을 받아 발굴 작업에 나서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자꾸만 나타나 작업에 방해를 받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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