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령자 활용 정책 마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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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2000년 인구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1995년에 비해 1.4%포인트나 증가했으며, 15세 미만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령화지수도 같은 기간 25.8%에서 35.0%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출산율과 사망률의 감소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이미 나타났던 문명화의 불가피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들 나라보다도 그 속도가 두세배 이상 빠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과 이를 맞이할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주체적 준비가 불충분하다는 점이 문제다.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은 먼저 노동가능인구의 증가율 둔화 또는 감소에 따른 생산력 저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같은 감소추세는 청장년층이 일하여 부양해야 할 부양 및 의료복지수요의 급증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라는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령화의 급진전은 핵가족화, 이혼 증가 등의 가족해체와 노인단독세대의 증가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 고령자의 경제활동참여 요구의 증가 등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는 전통적 복지국가 정책으로서 연금.공공의료서비스 등 사회부조를 강화해 고령자의 복지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에서조차도 노년계층의 급증과 높은 복지의존도에 따른 과도한 사회경제적 부담의 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고령자의 적극적 삶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복지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사회분업이론에 기초하고 있지만, 최근 지식정보화 사회의 급진전에 따른 경제의 서비스화와 소프트화나 무형자산.지식자본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그 논거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육체적 능력보다 지식과 정보, 노하우 등 무형자산과 신뢰.우애 등 사회적 자본이 더욱 중요한 부가가치창출 요소가 되면서 고령자가 청장년층보다 반드시 덜 생산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하에서 사회부조는 생계 및 근로능력이 없는 고령자에 특화하고 고령자에 대한 정책의 큰 방향은 고령자의 경제활동참여를 촉진하고 이들의 생산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삶의 의미와 건강을 유지시키고 고령자의 복지부담을 사회적으로 분산시키는 적극적 복지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개발하고 교육훈련과 취업알선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의 고용을 기피하게 하는 현행의 연공급 임금승진체계나 퇴직금 제도 등 기업내의 보상체계도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제도로 합리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

고용에 있어 연령차별금지, 정년연장 등의 조치도 더불어 강구될 수는 있으나 이는 앞의 제도들이 잘 갖춰진다면 저절로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다. 임금보조제와 같은 고령자 고용촉진책을 강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청장년층 고용대체 등의 시장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선행의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령화에 따른 생산력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의 능력개발, 육아시설 확충이나 탄력적 고용 및 근로시간제도의 활성화, 여성고용에 따른 기업부담의 합리적 조정 등을 통한 여성 등 유휴인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노동가능인구를 유지, 보충하기 위해 출산이나 아동수당, 육아휴직제의 확충 등을 통한 출산율 저하 방지책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

康淳熙(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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