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전국 대학 평가] KAIST 홍창선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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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학들이 이제는 질(質)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프로야구처럼 대학도 스타(star)교수를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 최고의 스타학과, 스타대학이 나옵니다. "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해 1998년 이후 연속 4년 수위를 차지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창선(洪昌善.57)원장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영향력 때문에 국내 대학들이 연구논문 수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스타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 설립때부터 수월성 지향

- 연속 4년 1위를 한 비결은.

"KAIST는 설립부터가 일반대와 다르다. 고급과학기술자 양성이 설립 목표다. 그래서 설립(1971년) 당시부터 수월성을 지향해왔다. 박사 졸업생들은 의무적으로 해외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내야 한다. 요즘 대학들이 교수들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게재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우린 설립 때부터 그랬다. 교수 승진도 근무연수가 찼다고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교수와 학생들의 이런 경쟁적 분위기가 1위를 유지하게 한 힘이 된 것 같다. "

- 대학평가에서 KAIST와 같은 특수목적대와 종합대를 비교할 수 있느냐는 불만도 있는데.

"물론 일반대는 교육부 산하이고, KAIST는 과학기술부 산하라는 것과 KAIST는 이공계 분야에 집중한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둘간에 서로 자극을 주고 받아왔다. 상당수 대학들이 KAIST와 같은 연구중심 대학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평가결과에서 KAIST가 인문.사회분야의 연구업적에서도 1위를 했다. "

- KAIST가 세계적으로는 어느 수준인가.

"세계 톱10 수준이 목표이지만 그 수준엔 못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교수당 학생 수 12명(현재 17.7명), 교수당 연구비 4억원(현재 2억6천여만원), 교수 한명당 SCI 게재논문 수 4편(현재 2.9편)을 단기목표로 세워 추진하고 있다. "

- 서울대는 최소한 물리분야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KAIST는 어떤가.

"우리는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분야, 여러 학문이 중첩된 학제적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년에 학과를 만들 바이오전자 정보분야는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NT(나노 기술)를 포괄한 것이다. 관련분야 교수들이 이 분야의 겸임교수로 파견돼 같이 연구한다. 강의 위주 교육방법을 토론.실험.관찰 병행학습으로 바꾼다. 이래야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 "

- 대학평가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대학 서열의식을 깨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나.

"일단 이공계 쪽에서 제대로 공부하려면 KAIST 가면 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문제는 출세가 어렵다는 일부의 발상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CEO는 과학기술분야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안된다. 빌 게이츠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

*** 교육부문 평가 보완돼야

- 중앙일보사의 대학평가에 대한 개선점을 지적한다면.

"다른 대학교수들을 만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대학들은 연구중심 대학이 아니면 이류(二流)라는 인식을 갖고 교수들에게 논문 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여건이 안되는 대학에서는 'SCI 스트레스' 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이 될 수 없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도 대학의 중요한 기능이다.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부문에 대한 평가가 보완되어야 한다. "

- 연구중심 또는 교육중심 등 대학의 기능분화를 통한 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각 대학들은 우선 스타가 될 수 있는 싹이 보이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특성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대학의 특성화 또는 선택과 집중노력을 격려하고 유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 "

대전=강홍준 기자

*** 홍창선 원장은…

홍창선 KAIST원장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6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전공은 항공 우주 구조 설계 등. SCI에 등재된 국제 학술지에 62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1944년 서울 생▶수원고 졸▶연세대 기계공학과 학사.대학원 석사▶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박사(응용역학)▶1977~79년 NASA 연구원▶79년 이후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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