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실적악화…반도체주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그동안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마이크론 주가가 뉴욕증시에서 떨어진 날은 외국인들이 대개 삼성전자를 매도해왔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26일도 그랬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보다 4.75% 떨어졌다.

마이크론의 실적 악화가 반도체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 삼성전자주에 단기 악재=최악을 기록한 마이크론의 분기실적은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궁지에 몰린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로 인해 세계 주요 반도체주들이 약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마이크론의 실적악화 전망에 따라 5천원 하락한 데 이어 26일에도 1천5백원 떨어졌다. 독일 인피니온은 자금악화설까지 겹치면서 지난 24일 7.1%, 25일에는 1.7%가량 떨어졌다.

◇ 중장기적으론 호재=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의 실적 악화는 삼성전자에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이크론 분기실적을 통해 반도체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2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후발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최대 수혜주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경기가 올해 4분기를 고비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며 "메모리 시장상황이 악화될 수록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 3분기 메모리부문 적자 낼 듯=삼성전자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 메모리 부문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D램 부문에서 3천6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전자, 마이크론보다 유리=마이크론의 업종이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정보통신.가전 등을 포괄해 설령 메모리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정보통신 등에서 벌충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램버스D램 시장을 60~70%가량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조7천억원 가량의 현금과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2조2천억원을 확보한 마이크론 보다 자금사정이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측은 25일 실적발표 직후 "경쟁사가 퇴출될 때까지 출혈경쟁을 지속할 것" 이라고 밝혀 D램 업계는 당분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희성.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