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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순수성 의심받는 '태권도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25일 올림픽공원 내에 자리잡은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실 앞에선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졌다. 서울시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2백여명의 일선 지도자들이 "대태협은 각성하라" 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4월 태권도 대표선발전에서 점거 농성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을 징계 조치하고 정상적인 행정 업무를 속개하라" 고 주장했다. 일선 지도자들의 시위를 주도한 박성철(44.연호체육관 관장)씨는 "학생 시위 이후 언론에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는 데도 협회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이 태권도 배우기를 기피하는 등 도장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고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시위까지 벌이는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과연 의도가 '순수한가' 에 대해선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대한태권도협회 성재준 사무국장은 "오늘 모인 일선 지도자들은 대부분 '서울시' 협회 임직원들이다. 대학생들이 임원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인물은 송봉섭 '서울시' 태권도 협회장이다. 그렇다면 오늘 시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느냐" 고 말했다.

협회와 학생.교수간의 대립구도로 펼쳐지던 태권도계 내분은 이제 각 도장 관장들마저 참여하면서 더욱 복잡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김운용 회장이 갖고 있으며 김회장은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수 있을까.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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