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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판계 '탈레반'등 베스트셀러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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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출판계도 지난 11일 뉴욕 등에서 발생한 테러 참사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직원만 1백10여명이었던 대형 체인서점 '보더스' 의 세계무역센터점이 완전히 붕괴됐다.

11일부터 21일까지 TV프로 '투데이쇼' 에 예약돼있던 27건의 저자 인터뷰가 취소되면서 미디어나 광고 등의 홍보에 의존하던 출판물의 타격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 이후 미 출판계가 보인 모습은 피해 관련자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기일수록 책의 역할은 크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 '조용한' 마케팅=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신호(24일자)에 따르면 테러리즘 관련 스릴러물이라든가, 군사적인 제목들의 책, 비행기나 대형건물 이미지를 이용한 표지사진을 가진 책들, 여행에 관한 유머러스한 책들은 독자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출간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이미 출간된 경우엔 '조용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항공전문가인 존 낸스는 내년 3월에 낼 예정인 스릴러물 『역풍(Headwind)』의 표지에 비행기 폭발장면을 이용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랜덤하우스 출판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10여년 만에 공동작업한 스릴러물 『블랙 하우스(Black House)』의 인쇄매체 광고를 전면 연기했다.

반면 출판사들의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참가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노라 롤린슨은 "비용문제 때문에 올해는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마음을 바꿨다" 면서 "도서전에 미국인들이 참가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출판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일" 이라고 말했다.

◇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미국대학출판연합(AAUP)은 테러사건 직후 각 대학 담당자들에게 e-메일로 관련 서적 목록을 요청, 지난주 초 웹사이트(http://aaupnet.org)에 첫번째 종합목록을 올렸다.

『쌍둥이 빌딩』(원제 Twin Towers, 럿거스대)과 『새로운 자칼들』(원제 The New Jackals:Ramzi Yousef, Osama bin Laden and the Future of Terrorism, 노스이스턴대),『탈레반』(원제 Taliban:Militant Islam, Oil and Fundamentalism in Central Asia, 예일대) 등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에도 올라 있는 책들.

이밖에 재난관리.항공안전 등에 관한 책에 이르기까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시카고대.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 등이 간행한 1백여권이 소개돼 있다. 일부 책들은 각 대학과 직접 연결해 놓아 책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 수집과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다.

◇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방송에 출연, 테러장면이 아이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TV를 끄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고 호소했다.

출판 전문지들도 아이들의 정신적인 충격에 도움을 줄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체인서점인 '북스-어-밀리언(BAM)' 의 경우 전국 매장은 물론 각급 학교와 보육원에 소형 팸플릿 '국가적 비극 : 아이들을 돕기 위한 지침' 을 만들어 돌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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