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는 중도좌파, 미국은 우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토머스 허버드(사진) 전 주한 미대사는 16일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로스앤젤레스 연설이 "전쟁 발발에 대한 한국민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국 대사직을 마지막으로 39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허버드 대사는 이날 워싱턴 시내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연설문 전문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는 "한국민을 짓누르고 있는(overbearing) 불안감,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해 한국전쟁 이후 자신들이 이룬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마지막 만났을 때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과 정권교체, 북한의 붕괴 모두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은 6자회담 틀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북한과 더 적극적인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것이 6자회담의 결과에 관해 북한에 확신을 주는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우리는 어려운 선택 방안들을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는 시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김정일 정권 교체론에 대해 그는 "한국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정권교체는 미국의 맹방들과 합의 없이는 실효성이 없으며, 대화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그는 "한국의 정치는 중도좌파로, 미국은 우파로 방향전환을 한 것은 사실이며, 미국에 익숙지 않은 한국의 새 지도자들은 양국 관계의 불평등과 무시에 민감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집권이 실제론 한.미동맹 관계의 기반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허버드는 주한미군 감축과 한국의 이라크 파병 등을 예로 들며 "노 대통령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아직 미국에서 정당한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툭 깨놓고 얘기하는 성품의(down-to-earth)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관계는 김대중 대통령 때보다 편한 관계"라고 말하고"부시 행정부 2기엔 양국 동맹관계 관리가 더욱 원만해지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