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직을 마지막으로 39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허버드 대사는 이날 워싱턴 시내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연설문 전문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는 "한국민을 짓누르고 있는(overbearing) 불안감,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해 한국전쟁 이후 자신들이 이룬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마지막 만났을 때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과 정권교체, 북한의 붕괴 모두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은 6자회담 틀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북한과 더 적극적인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것이 6자회담의 결과에 관해 북한에 확신을 주는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우리는 어려운 선택 방안들을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는 시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김정일 정권 교체론에 대해 그는 "한국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정권교체는 미국의 맹방들과 합의 없이는 실효성이 없으며, 대화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그는 "한국의 정치는 중도좌파로, 미국은 우파로 방향전환을 한 것은 사실이며, 미국에 익숙지 않은 한국의 새 지도자들은 양국 관계의 불평등과 무시에 민감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집권이 실제론 한.미동맹 관계의 기반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허버드는 주한미군 감축과 한국의 이라크 파병 등을 예로 들며 "노 대통령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아직 미국에서 정당한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툭 깨놓고 얘기하는 성품의(down-to-earth)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관계는 김대중 대통령 때보다 편한 관계"라고 말하고"부시 행정부 2기엔 양국 동맹관계 관리가 더욱 원만해지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