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석유·SOC에 한국기업 참여 장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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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7일(한국시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브라질의 석유탐사, 에너지, 고속도로, 철도 및 항만 시설 건설사업 등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기로 하는 내용의 14개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 관계를 '21세기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 "비슷한 정치역정, 관계 개선에 도움"=노 대통령은 이날 룰라 대통령과 2시간20분간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정치 과정과 우리 두 사람의 정치과정도 비슷한 데다 비슷한 시기에 정치를 해왔다"며 "룰라 대통령(1945년생)은 나보다 1년 먼저 태어났고 정치 행보도 나보다 조금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며 "노동자당을 만들어 처음 유세를 할 때는 정치 연설이 아니라 노조 대표 연설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를 했고, 나는 노조 지도자를 한 점들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조건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나는 특별한 동지의식을 갖고 있다"고 덕담을 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에 선반공을 거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 대통령은 비주류 출신의 노 대통령과도 자주 비견돼 왔다. 그러나 집권 후엔 기업가와 중산층을 안심시키는 친시장.자본 성향의 보수적 경제 정책을 써 왔다.

노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2007~2008년에 유엔 안보리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한국이 출마하려 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우성 보좌관은 "룰라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여 지지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내년 5월 24~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정부혁신 세계포럼'기간에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노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

◆ "한국 기업은 투자국 문화 존중해"=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미국.일본이 차지하는 우리 경제 교역 비중이 너무 커 러시아.인도.브라질과의 경협 강화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장점을 오랫동안 설명했다. "우리 기업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 어느 곳을 지배 군림하는 것보다 투자한 나라의 국민과 문화를 존중할 줄 안다"고 했다."(한국기업이) 도전적.혁신적 문화가 충만하고 경영기법도 상당히 높아 브라질의 경쟁 입찰에 이런 요소를 평가하는 기법을 개발해 볼 용의는 없느냐"고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나의 외교 목적 중 하나는 미국.유럽 같은 큰 세력 외에 보다 많은 나라와 동반자가 돼 다극관계를 강화해보자는 것"이라며 "한국은 브라질에 너무나 중요한 동반자이며 브라질에 대한 신뢰에 거듭 감사한다"고 답했다.

회담 중 브라질 에너지 장관이 "화력발전소 건설에 한국전력이 참여해 달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이번에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고 조크를 했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포스코는 2005년부터 10년간 약 1억t(20억달러)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계약을 브라질 생산업체인 CVRD사와 체결, 호주에 의존해 온 수입처를 다변화한다고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전했다.

브라질리아=최훈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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