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브라질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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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17일 오전(한국시간) 대통령궁에서 '자원협력 양해각서 서명식'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브라질리아=최정동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7일(한국시간)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정치역정의 공통점과 양국 협력 강화를 주제로 2시간20분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룰라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작은 시가(샤루토)를 나눠 피며 진행된 만남은 예정시간을 50분이나 넘겼다.

◆"비슷한 정치역정, 관계개선에 도움"=노 대통령은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정치과정과 우리 두 사람의 정치과정도 비슷한데다 비슷한 시기에 정치를 해왔다"며 "룰라 대통령(1945년생)께서 나보다 1년 먼저 태어났고 정치행보도 나보다 조금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며 "노동자당을 만들어 처음 유세할 때는 정치연설이 아니라 노조대표 연설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브라질과 한국은 독재정치를 경험한 것이나 비슷한 시기에 민주주의를 되찾게 된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한 인권변호사를 했고, 나는 노조 지도자를 한 점들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조건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에 선반공을 거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 대통령은 비주류 출신의 노 대통령과도 자주 비견돼 왔다. 그러나 집권 후엔 기업가와 중산층을 안심시키는 친(親)시장.자본 성향의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써왔다. 룰라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의 과거사 정리와 관련, 아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군부를 비판한 국방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만찬에서 룰라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나는 특별한 동지의식, 같은 투쟁의 과거를 갖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우리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반영시켰다"고 지적했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시민의 존엄성과 안정된 생활이 양국 정부의 최우선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이 남미 최초로 우주 로켓을 쏘아올린 것은 브라질의 국력을 보여주는 쾌거"라며 "룰라 대통령의 취임 이후 최우선으로 추진한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화답했다.

◆"우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미국.일본이 차지하는 우리 경제교역 비중이 너무 커 러시아.인도.브라질과의 경협 강화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장시간 우리 기업의 장점을 부각했다. 직전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브라질 방문을 염두에 둔 듯했다. "우리 기업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 어느 곳을 지배.군림하는 것보다 투자한 나라의 국민과 문화를 존중할 줄 안다"며 "한국 기업에의 투자가 가장 이익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도전적.혁신적 문화가 충만하고 경영기법도 상당히 높아 브라질의 경쟁입찰에 이런 요소를 평가하는 기법을 개발해 볼 용의는 없느냐"고도 물었다.

룰라 대통령은 "나의 외교 목적 중 하나는 미국.유럽 같은 큰 세력 외에 보다 많은 나라와 동반자가 돼 다극관계를 강화해 보자는 것"이라며 "한국은 브라질에 너무나 중요한 동반자이며 브라질에 대한 신뢰에 거듭 감사 드린다"고 답했다.

회담 중 브라질 에너지 장관이 "화력발전소 건설에 한국전력이 참여해 달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이번에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고 조크를 했다. 언론에 육성을 전하기 싫어하는 룰라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한국기자단에 정상회담 초반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브라질리아=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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