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23만명 인사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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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이 23만명에 이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급여 부문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동안 '철밥통'으로 여겨지던 중국의 국유은행에 선진 금융회사처럼 직무 개방.능력급제.해고 등 개혁의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내년에 해외 상장을 앞둔 중국은행이 '혁명적인 내부 개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전면적인 개혁의 신호탄은 경영진 감축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초까지 63명이던 임원은 최근 12명으로 대폭 줄었다.

최근에는 중간 간부와 일반 직원 등 23만명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국의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직원수는 2만7600명이다.

개혁 작업은 인사.급여.고과 부문의 비효율을 과감히 없애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행 관계자는 "능력과 무관하게 심각한 잘못만 없으면 자리 보전을 하던 뿌리 깊은 관료주의적 행태를 뜯어고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우선 784개에 이르는 직무와 268개 직급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부장 밑에 3명의 부부장과 2~3명의 부부장급 간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부장만 남게 된다. 일손이 남는 관리직은 고객에게 직접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전진 배치된다.

이 은행은 이제껏 전 직원의 27%만이 고객 서비스 직종이고 나머지는 관리직이었을 정도로 비효율이 심했다.

급여와 상여금의 지급 기준이 되는 고과제도도 새로 만든다.

지역별 소득편차로 영업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 정확한 성과보상을 위해 중국 전역을 몇 개의 지역으로 나눈다. 이렇게 되면 직급과 근무 연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던 임금 체계는 능력과 실적에 따라 차등이 생긴다.

중국은행은 베이징 본사와 저장(浙江).쓰촨(四川)성을 시작으로 내년 3분기까지 전국 1만1600개 지점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주민 부행장은 이처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유일한 목표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중국은행이 수십억 달러의 해외 투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해외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공상.건설.농업은행과 함께 재정부가 지분의 100%를 소유한 국유은행으로서 그동안 주식회사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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