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전원 취업 비결은 '기업 마인드'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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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기술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영풍정밀 직원과 함께 생산제품을 놓고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산업기술대와 협력관계를 맺은 가족회사다.임현동 기자

대졸 취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한국산업기술대학은 17일 현재 내년 졸업 예정자 500명 전원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산업자원부 출연으로 경기도 시흥에 설립된 이 대학은 200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4년 연속 100%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일부 전문대학이나 특수학과에서 종종 졸업생 전원이 취직한 적은 있지만, 4년제 정규대학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학은 현재 이공계 기피현상과 지방대학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모델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각 지방에 지역 밀착형 학교를 확산하기 위해 이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전국의 40여개 대학이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김영중 학생처장은 "수요자인 기업과 공존공생하는 산학 밀착형 교육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대학이 시화공단 안에 위치한 점을 활용해 공단 내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 비결은 네트워크=지난 9일 산업기술대학 기계설계학과 실습실. 지역 업체인 영풍정밀의 최진영 밸브팀장은 이택성 교수와 실습 학생 4명 등과 토론을 했다. 최 팀장은 이날 석유화학 공장에 설치할 유량조절용 볼밸브를 생산한 뒤 설계대로 됐나 측정하기 위해 샘플 4개를 갖고 이곳을 찾았다. 잠시 뒤 이 교수의 지도로 실습 학생들이 볼밸브를 정밀 측정했다.

최 팀장은 "대학이 보유한 측정장비를 실비(5000원)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며 "회사 연구소처럼 대학 시설을 편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습생인 이세희(기계설계학과 2학년)씨는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바로 실습을 통해 익힐 수 있고, 졸업 후에는 평소 실습하던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길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100% 취업의 비결은 바로 이 같은 '가족회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회사란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체제로 기업은 대학의 모든 실험.실습실을 24시간 연구실로 쓰고, 대학은 기업을 학생들의 실습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기업 간 공동기술 개발, 기업이 원하는 인재 육성과 채용 등의 협력도 이뤄진다. 이 대학의 가족회사는 현재 1704개사다.

◆ 꿈을 심어줘 한계 극복=현재 10개학과가 모두 전자.기계 등 공학계열인 이 대학은 총 4000명이 재학하고 있다. 졸업생 중 60% 정도가 가족회사에 입사하며, 나머지는 연구소.공공기관 등에 취업하고 있다. 지태홍(기술경영학) 교수는 "지방 중소기업에서도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등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정신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 업체인 MK전자와 건설기계 업체인 SJ테크, 대모엔지니어링 등은 이 대학의 교수.학생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첨단제품을 잇따라 개발할 정도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시흥=김시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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