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투신 … 지수 900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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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증시에서 투신사들의 힘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거래소 시장에서 투신업계(투신운용.자산운용사)가 연기금과 함께 최대 매수 주체로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 추세라면 외국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연내 종합지수 9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투신업계는 최근 증시가 단기바닥(지수 808.14)을 형성한 지난달 25일 이후 이제껏 513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2700억원을 합쳐 두 기관투자자가 8160여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지수는 885포인트까지 1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 외국인은 973억원을 내다 팔았고, 개인은 무려 1조3000억원 순매도했다.

대우증권 김남중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따라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동안 국내 기관들이 주도하는 장세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며 "이 중 투신권이 가장 큰 매수세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투신권은 최근 프로그램 차익거래(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이를 이용한 매매)와 비차익거래(15개 이상의 대형주를 묶음으로 매매)를 중심으로 우량주를 대량 매수하고 있다. 실제 투신권은 17일에도 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상무는 "투신권의 매수가 늘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펀드가 잘 팔려 자금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투신권 전체로 매달 2000억원가량이 적립식 펀드로 들어오고 있고, 연말 배당을 노리는 자금이 배당주 펀드로도 몰리고 있다. 인덱스펀드들도 최근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 기대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 규모로 늘어 매달 5000억원 가량이 증시에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투증권 경제연구소 지승훈 차장은 "내년 증시도 적립식 펀드를 무기로 한 투신업계와 국민연금 중심의 연기금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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