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피플] "야수도 미녀 앞에선 꼼짝 못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경기도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사파리에는 최근 구경거리가 하나 늘었다.

지프를 몰고 사파리를 누비면서 호랑이.사자.곰 등 맹수들을 애완견 다루듯 하는 김민정(金珉廷.24.여.경기도 수원시 금곡동)씨.

"손님들이 사파리장 내에서 저를 보고는 굉장히 신기해 해요. 동물들을 사진 찍다 제게로 카메라를 돌릴 때는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

김씨는 지난 4월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이곳에 동물 사육직으로 취직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이 일을 위해 올해 초 진학한 대학원도 포기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녀는 우연히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사육사의 길을 택했다.

오전 7시30분 출근, 동물사를 둘러보며 야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나서 방사장에서 배설물을 치우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하다 보면 오전 10시가 후딱 넘는다. 그리고는 지프를 타고 다니며 동물들의 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손님들을 지프에 태우고 사파리 안내도 한다.

"30㎏짜리 사료 부대를 나를 때는 여성인 나라고 예외일 수 없어 가장 힘들다" 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金씨를 가장 좋아하는 녀석은 아홉살배기 수컷 호랑이인 '호걸이' . 金씨는 호걸이가 자신을 '찍었다' 고 했다.

오줌을 눠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게 짐승들의 습성. 金씨가 먹이를 주던 중 호걸이가 오줌을 튀기는 바람에 영락없이 '미녀와 야수' 의 인연을 맺게 됐다.

"호걸이가 사람으로 변해 함께 노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고 했다. 그는 "열심히 동물에 대해 공부해서 야생 동물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고 말했다.

글.사진=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