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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들 짝 찾기 '파티' 북적북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아직 '그' 혹은 '그녀' 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 나직히 '외롭다' 고 속삭이는 싱글들은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만남을 꿈꾼다.

하지만 2001년 가을. 그들은 이제 "썰렁한 소개팅과 맞선은 싫다" 고 선언한다. 결혼정보회사가 주선하는 1대1 만남도 "맞선과 다를 바 없다" 고 거부한다.

연애나 결혼을 위해 이성과 만남의 기회를 갖는 자리에서도 '스타일' 과 '재미' 를 찾는 싱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국 해변에서의 댄스 파티, 혹은 도시 한복판의 가면 무도회에서 그들은 준비된, 그러나 우연한 로맨스를 꿈꾼다. 그들에겐 '대개 첫눈에 결판이 나는' 1대1 만남은 촌스럽다.

붕어빵 찍듯 이뤄지는 만남을 거부하고 색다른 만남의 공간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며 어딘가 숨어 있는 나의 짝을 찾는다.

◇ 해변에서도 도시에서도 파티는 계속된다=얼마 전 인도네시아의 리아 빈탄 빌리지에서 휴양 리조트 업체 클럽메드 코리아가 한국 남녀를 대상으로 연 '싱글 파티' .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바람에 실려오는 야자수 우거진 해변가. 쏟아질 듯한 별무리 사이로 초승달이 보인다. 경쾌한 살사 음악이 흐르고 춤이 시작된다. 60여명의 젊은 남녀들은 이국의 정취가 가져다 주는 해방감에 더욱 자유롭다. 클럽메드가 지난해부터 4박5일 혹은 3박5일 일정으로 내놓은 '싱글 파티' 의 인기는 높다. 모집 때마다 대기자가 평균 60~70여명씩 생길 정도.

클럽메드 홍보부장 한경아씨는 "낮부터 밤까지 윈드 서핑 강습, 미니 올림픽, 댄스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싱글 남녀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한 것이 인기 요인" 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그리 멀지 않은 도시 한복판에도 파티는 있다.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의 한 레스토랑. 주택가 이층집 담을 허물고 창을 터 가든 파티에 적합한 장소로 꾸며놓은 이곳에 밤이 깊어지면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유료 회원제 파티 모임인 '클럽 프렌즈' 의 회원들. 바비큐 그릴에서 구워내는 스테이크를 즐긴 참석자들은 각자 와인잔을 들고 정원과 테라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정찬운(29.외교통상부)씨와 최수진(26.대한항공)씨는 매 주말 열리는 클럽 프렌즈의 파티에서 만나 지난 7월 결혼한 커플. 이들 외에도 그동안 여러 쌍의 커플이 파티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클럽 프렌즈의 임정선 홍보부장은 "짝을 짓는 이벤트 등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만남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파티의 장점" 이라고 했다. 또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파티에 오는데, 미혼 회원들의 경우에는 이성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높다" 고 말했다.

◇ 결혼정보회사도 이벤트 파티 활성화=본래 1대1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전공' 인 결혼정보회사들도 각종 이벤트 파티 개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회원들의 이벤트 미팅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

지난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듀오 비지니스 파티' 에 참석한 김원진(32.연구원)씨는 "1대1 미팅보다는 교외에서 열린 캠핑 미팅에 참가했던 것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고 말했다.

듀오의 홍보팀장 이상우씨는 "노블레스 회원들과 재혼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탠딩 파티도 호응이 높다" 고 전했다.

◇ 그들은 '누구 그리고 왜' =각종 파티와 여행 및 레포츠 행사들을 통해 자신의 짝을 찾는 이들의 주류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전문직 종사자들.

클럽메드 '싱글 파티' 의 경우 참석자들은 주로 호텔이나 외국인 회사 종사자, 의사, 벤처기업가 등이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럽 프렌즈 역시 금융인.컨설턴트.해외 유학파 등이 주축.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백상빈(37)교수는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젊은 세대들의 경우 '만남' 자체보다는 '만남의 과정' 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며 " '싱글 탈출' 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사교의 장(場)에서 이성과 만나기를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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