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아프간전 참전 소련군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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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간 병사들은 내가 20년 동안 전선에서 마주친 어떤 병사들보다 뛰어나다. 아마 미국.러시아는 물론 유럽 어떤 나라도 섣불리 덤볐다간 파멸의 벼랑으로 몰릴 것이다. "

옛소련 특수부대 교관출신으로 1979년부터 1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레오 코롤코프(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무리 첨단 로켓과 신형 미사일을 발사해도 아프가니스탄 같은 험준한 산악지형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다" 고 말했다.

또 바위 하나, 동굴 하나의 위치까지 정확히 머리 속에 입력돼 있는 아프간 병사와 지상전을 치르는 것은 '내 경험상 말리고 싶다' 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는 "아프간 군 대다수는 전투 직전 아편 등 약물을 복용해 약의 힘으로 싸운다" 며 "그들은 총격을 당해 쓰러져서도 총을 부여잡고 숨이 끊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총을 쏴대는 무서운 병사들" 이라고 회고했다.

또 워낙 게릴라식 매복작전에 능하고 자살공격을 무차별적으로 가해 와 소련군을 전쟁 내내 불안에 떨게 했다고 한다.

코롤코프는 미국이 특수부대를 투입, 빈 라덴을 체포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고 잘라 말했다.

빈 라덴이 숨을 수 있는 동굴이 이미 수없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아프간 산악지대의 지도가 없어 특수부대의 가상훈련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존 가넷 런던 킹컬리지 국방연구센터 소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간에서 철수한 영국군이나 옛 소련군의 대 아프간 전투경험에 비춰볼 때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전은 '악수(惡手)' 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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