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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는 힘 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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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연

“아이들이 10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오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NIE에서 그 답을 찾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이번 주 NIE 자문단은 서울 종로구의 한 가정을 방문했다. 신청 사연을 보낸 주부 박설희(50)씨는 늦둥이 연년생 두 딸과 신문 읽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박씨가 아침마다 신문 기사를 오려 식탁 옆 벽에 붙여 놓으면 아이들이 오가며 기사를 읽어보는 식이다. 가끔씩 ‘기사 제목 바꿔 달기’ ‘기사 읽고 느낀 점 짧은 글로 지어보기’ 등 NIE 활동도 시도해봤다. 박씨는 “내 방법이 미숙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생각처럼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엄마가 붙여놓은 기사에 아이들은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던 것이다.

이정연 본지 NIE 연구위원(오른쪽)의 지도에 따라 곽윤정·윤지양이 신문 사진에 말풍선을 넣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두 딸인 곽윤정(11)·윤지(10)양은 프랑스 국제학교인 하비에르학교에 재학 중이다. 수업은 철저하게 프랑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물론 프랑스어다. 성적 평가는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인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구분하는 정도다. 성적 때문에 기가 죽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날씨에 상관없이 하루 3시간은 무조건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한다. 숙제도 거의 없어 윤정이와 윤지는 매일같이 교복이 새카매지도록 열심히 놀다 집에 돌아오는 게 일과다.

박씨는 “봄볕에 얼굴이 탄 채 웃으며 집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학업 스트레스 없이 밝게 커가는 모습에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너무 세상 물정 모르게 키우는 건 아닌가 싶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이렇게 하세요
사진 보며 번갈아 이야기 해보세요

이정연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은 박씨가 벽에 붙여놓은 신문 기사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봄꽃의 개화 시기를 다룬 과학 기사, 천안함 침몰의 전말을 분석한 기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리뷰한 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 중 ‘오페라의 유령’ 공연에 대한 기사에 아이들의 손때가 가장 많이 묻어 있었다. 박씨는 “작년에 아이들과 그 공연을 봤어요. 자기들이 아는 내용이라 관심을 보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임미영 연구위원은 윤정이와 윤지에게 요즘 읽고 있는 책을 가져와보라고 했다. 두 아이 모두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며 동화책을 들고 왔다. 박씨는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초등 1·2학년 수준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금이 애매한 시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설희씨 가족에게 추천하는 NIE는

NIE 자문단은 크게 두 가지 처방을 내놨다. 아이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기사로 공부하라는 것과 어휘력을 늘려줄 수 있는 활동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천안함 사건을 예로 들면,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사는 침몰 원인을 세세하게 분석한 기사가 아니라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하는 시나 국민의 슬픔을 표현한 사진이다. 침몰 원인에 대한 내용은 어머니가 간략히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윤정·윤지는 또래에 비해 독서량이 부족해 사용하는 어휘도 매우 한정돼 있다. NIE 자문단은 박씨에게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위주로 조언에 나섰다.

■신문에서 단어 오려 ‘낱말 공장’ 만들기= 자매가 사이 좋게 어울려 지내는 분위기라 놀이처럼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다. 신문에서 큰 글자만 찾아 스케치북에 순서 없이 오려 붙인다. ‘대응책’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대’ ‘응’ ‘책’으로 한 글자씩 오려 아무렇게나 붙이도록 한다. 스케치북 한 면에 글자가 가득 차면 ‘낱말 공장’이 완성되는 것. 예를 들어 ‘휘파람’을 찾아보라고 하면 윤지는 ‘낱말 공장’에 붙어 있는 글자들 중에 ‘휘’ ‘파’ ‘람’ 세 글자를 찾아내야 한다. 다 찾으면 윤지가 윤정이에게 ‘코끼리’를 찾아보게 하는 식이다. 어휘력이 좋은 사람이 상대방에게 까다로운 단어를 제시할 수 있다.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재미있는 단어를 찾아보며 게임에 활용하면 어휘력을 늘릴 수 있다.

■신문 사진 보고 ‘돌림 이야기’ 짓기= 광고나 만화·사진 등 신문에 실려 있는 시각 자료를 보고 이야기를 지어본다. 사진 한 장을 보고 혼자 이야기를 지어내라고 하면 아이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돌림 이야기 짓기는 엄마와 두 아이가 한 문장씩 돌아가며 말해보면 된다. 첫 문장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게 좋다. 찡그린 얼굴의 사람이 찍힌 사진을 골랐다면 “이 사람은 이름이 ‘나불만’인데 지금 너무 배가 아파. 왜 그럴까?”라고 운을 띄워주는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생각을 연결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논리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비슷한 사례 찾기=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자신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다 보면 불만을 쌓아두기 쉽다.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억울했던 일에 대해 설명하게 하고 그와 비슷한 사례를 신문 기사에서 찾아보게 한다. 읽기가 빨리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웃는데 우는 것 같은 얼굴을 찾아보라”며 사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마음에 쌓인 불만을 해소하는 등 정서적인 부분을 매만져 줄 수 있고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길러진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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