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여파… 영국 프롬스축제 떠들석한 분위기 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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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미국 테러 참사로 지난 15일 영국 BBC 프롬스 축제의 피날레 공연 프로그램이 대폭 바뀌었다. 또 연주 도중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순서를 갖기도 했다.

레너드 슬래트킨(워싱턴 내셔널심포니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BBC심포니는 공연의 후반부에서 프로그램에 없던 존 애덤스의 오페라 '중국의 닉슨' 중 발췌곡 '먼 곳의 나팔소리' , 새뮤얼 바버의 '아다지오' , 마이클 티펫의 오라토리오 '우리 시대의 아이' 중 흑인 영가 편곡 부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피날레 악장을 연주했다.

전세계의 40개국 이상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이 프롬스 피날레 공연은 후반부에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 허버트 패리의 '예루살렘' , 월튼의 '제국의 왕관' 등 '가장 영국적인 음악' 을 연주하는 게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흔들면서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것. 하지만 이번 공연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프롬스 축제에서 곡목을 갑자기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독일에 선전 포고한 후 조지 5세가 객석에 나타나자 주최측은 급히 영국과 프랑스 국가를 연주하도록 했다.

또 그날 공연은 '바그너의 밤' 이었으나 적성 국가의 작곡자라 하여 영국.프랑스 작곡가로 프로그램이 변경됐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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