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한 장기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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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시다발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선언한 '21세기 첫 전쟁' 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익숙한 전쟁과는 개념이 다른 '신종(新種) 전쟁' 이 될 전망이다.

시간적 제한이나 도덕성에 대한 특별한 고려도 없는 '장기적이고 추한 전쟁' 이 될 것이라고 미국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왜 장기전인가=군사전략가들은 이번 대(對)테러 전쟁은 전쟁기간을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테러 세력 및 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와 이들을 비호하는 국가.세력까지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분쇄해야할 적' 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략기획가인 예비역 육군 대령 로버트 킬러브루는 "미국은 얼굴없는 적과의 끝없는 소모전에 착수하는 것 같다. '베트콩' 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면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수는 없다" 고 지적한다.

군사전문가들은 빈 라덴과 연결된 테러리스트들이 '떠돌아 다니는 적' 이어서 근거지를 갖고 전투를 벌이던 베트콩보다 더 상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BBC 방송은 "미국이 최대 60개국을 목표로 해야 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장기전이 2단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1단계는 공중.지상 화력이 아프가니스탄 내 빈 라덴 캠프를 치는 것. 2단계는 장기적인 전방위 전쟁이다. 여러 나라에 산재한 테러 네트워크를 특수부대나 공습 같은 여러 다양한 수단으로 반복 공격한다는 것이다. 대테러 전쟁이 '일상화' 돼 부시 임기 내내 전쟁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 전쟁 방법도 달라진다=따라서 전쟁 방법도 정규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딕 체니 부통령은 이날 NBC-TV 일요 시사프로인 '언론과의 만남' 에서 "대테러전 수행은 현재 허가돼 있지 않은 비열하고 추한 정보.전술에 의존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으로 미루어 미국이 지금까지 금지해 온 공작원에 의한 암살.저격.체포.고문 등 '추한 전쟁' 의 방법을 부활시켜 이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미의회는 이를 위해 해외에서 테러범이나 테러용의자를 암살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정보기관 활동 규제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새 법이 마련되면 미국 정보기관은 비밀요원을 동원, 해외요인을 암살하거나 범죄.인권탄압 전력이 있는 외국 첩보요원을 고용할 수 있게 돼 활동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 고 말해 강경책을 예고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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