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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시대 '미생물=금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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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한국인 지놈 지도를 만든 바이오벤처 ㈜마크로젠은 인간 DNA를 10만 조각으로 나눠 비병원성 대장균 안에 넣어두고 있다. 한 무리의 대장균에 한 조각씩 넣어 보관하므로 마크로젠에는 각기 다른 인간 DNA를 몸 안에 품고 있는 10만 무리의 대장균이 서로 나눠진 용기에서 살고 있다.

미생물의 한 종류인 대장균이 인간 DNA를 보관하는 생체 바구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물에 녹아 있는 금을 먹어 금덩이로 만드는 미생물인 '엑스트레모필' 이 발견돼 광산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버릴 수밖에 없는 아주 적은 양의 금을 모아 금덩이로 만들어주는 미생물은 살아 있는 제련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농약에서부터 신약.대체 화공약품.지놈 연구 등 안쓰이는 곳이 없는 미생물이 생명공학의 '노다지' 로 떠오르고 있다.

병을 낫게 하는 물질이나 질 좋은 비타민 등 영양소를 만드는 미생물 한종류만 발굴해도 '돈방석' 에 앉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생물 분야가 생명공학계의 '새 희망' 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미생물 발굴과 유전자 확보 경쟁이 국가간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열대 사막이나 밀림, 고산지대 등에까지 비밀리에 미생물 채집에 나서는 연구자들이 많다.

◇ 연구 대상은 무궁무진〓미생물은 곰팡이류.세균류.원생동물류.바이러스류 등을 포괄하며, 지구상에 5백50만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알려진 것은 약 11만종뿐이다. 흙 1g에 1억개의 미생물이 있을 정도로 우리 주변은 미생물로 차 있다. 이들은 온도.습도 등 번식 환경만 맞으면 순식간에 수십배로 늘어난다.

지놈이 해독된 미생물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여종, 현재 분석 중인 것도 3백여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해독한 것은 알콜 생산에 간여하는 '자이모모나스' , 사람의 위염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 김치 유산균인 '류코노스톡 김치아이' 등 서너 종류다.

◇ 유전자 확보 경쟁 치열〓최근엔 새로운 미생물 발굴과 함께 기존 미생물의 유전자 분석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유전자 기능을 남보다 앞서 밝혀내 특허를 등록하면 큰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유 등 기름을 잘 먹어치우는 미생물의 기름 소화 유전자를 밝혀낸 뒤 그 유전자를 이용, 기름 제거제를 개발할 수 있다. 포스트 지놈 시대의 연구방향이 유전자와 단백질 기능을 밝히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조미료 첨가제로 세계 13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글루타메이트를 생산하는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의 경우 일본 아지노모도, 미국 에이엠디, 독일 바스프 등 5개사가 지놈을 분석해 유전자 정보를 갖고 있다.

◇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미국의 에너지부의 연구소는 한달에 15개의 미생물 지놈을 해독할 정도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독일.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국가적으로 미생물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와 몇몇 민간 기업이 소규모로 미생물 연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미생물연구소 강사욱 소장은 "2010년 세계 미생물 시장 규모가 2천억달러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분야의 연구를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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