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추모의 날 세계가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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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1년 9월 11일을 잊지 말자. "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사법부.의회 지도자들과 미국민들은 14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해 이처럼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을 '기도와 추모의 날' 로 정하고 미국의 모든 기관과 국민에게 희생자 추모기도회에 참석할 것을 당부했다.

또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든 관청가와 대형 건물도 조기를 내걸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학교에선 눈물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디킨스, 우리 이제 마지막이야. 안녕…. "

친구의 빈 책상 위에 꽃을 드리우며 작별 인사를 하는 한 소녀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13일 워싱턴의 케첨 초등학교. 워싱턴 국방부 청사로 돌진한 비행기에 탑승했다 희생된 로드니 디킨스를 추모하던 학생들도 북받친듯 하나둘씩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인근 레키 초등학교와 배쿠스 중학교에서도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추모행사가 열려 학교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테러 사태 수습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동시 다발 테러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3백50여명의 소방관을 잃은 뉴욕시 소방국은 침통함 속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숱한 생사의 갈림길을 함께 나눈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은 현장 출동 당시 부서진 소방차에 꽃과 성조기를 두르며 동료에게 작별을 고했다.

워싱턴 유니온 템플 침례교회에서는 앤서니 윌리엄스 시장과 1천5백여명의 시민이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보스턴 시청 앞 광장에서는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신자를 가리지 않고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철야 기도회를 가졌다. 또 캔자스시티 시민들은 나무.전신주에 노란 리본을 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모 행사는 전세계적으로 이어졌다. 독일은 13일 전국적으로 5분 동안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며 시민들은 베를린의 미 대사관 앞길을 헌화의 꽃으로 수놓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4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2천4백여명의 시민과 추모 예배를 가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전역에 반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하고 내각도 묵념 행사를 가졌다.

김준술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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