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음모의 지배계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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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캄보디아 폴 포트 정권의 대량학살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비영리 국제단체로 알려진 로마클럽이 '밥만 축내는 사람들' 을 없애기 위한 계획이었다"

"비틀스는 타비스톡 인간관계 연구소가 서양과 전세계, 특히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악마주의적 록음악 그룹이었다"

"이란혁명의 호메이니는 MI-6라고 알려진 영국 군사정보부 출신으로, 미국 정부에 의해 권력을 잡았다" ….

웬 황당무계한 소리냐고 반문할 법하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숨겨진 '진실' 이며, 이들의 배후에는 전세계 지배를 꿈꾸는 루시퍼 악마숭배주의 유대교도들이 있다는 주장을 담은 신간 『음모의 지배계급 300인 위원회』는 1992년 처음 미국에서 출간(97년 수정판 출간)된 후 지금까지도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스테디 셀러다.

역사적 사건들의 배후를 그만큼 그럴듯하게 얽어놓아, 특히 서구에서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독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첩보장교 출신. 그는 '300인 위원회' 라는 소수 반(反)기독교 엘리트 집단이 영국과 미국을 통해 해양권력을 장악한 후 중부유럽, 동부유럽, 러시아를 차례로 장악함으로써 전세계를 제압한다는 전략 하에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세계를 '요리' 해왔다고 믿는다.

물론 이같이 논리적 엄밀함이 떨어지는 음모이론이 대중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국 심장부 테러처럼 세상이 하 수상해서일 게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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