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위헌 결정, 극우세력 음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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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6일 정치분야 질문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결정을 공격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 등을 고리로 '좌익.친북정권'주장을 되풀이했다. 거친 공방 속의 야유와 고함은 여전했다.

◆ 여당, 헌재 결정 계속 비난=열린우리당 노영민 의원은 "1987년 개정된 성문헌법에 기초해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5000년 유구한 역사에서 볼 때 생소한 기구"라며 "헌재 표현대로라면 관습헌법상 인정할 수 없는 기구"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률 의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극우세력, 수구보수 기득권 세력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음모"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총리가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자는 야당과 언론의 요구를 무시해 결과적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 여권 정책 둘러싼 논란=열린우리당 김낙순 의원은 "선진국의 2만달러 달성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개혁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노 정권은 한.미동맹의 약화, 공산당 합법화, 진보 계열 인사에 대한 복권,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대한 부정 등의 입장을 갖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좌익.친북적으로 보이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당의 이해찬 총리 무시전략을 깨고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뒤 주어진 시간(20분)이 끝날 무렵 "대통령이 (LA에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매를 맞아도 싸다'고 했는데 어떻게 매를 맞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경제 체질을 낫게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야"=초선인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이 총리에게 "우리가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개혁의 성공과 의회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당정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총리는 5선 의원으로서 여야가 파트너십을 맺는 데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당정이 추진한 개혁정책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여기엔 개혁에 대한 의지와 당위만을 앞세워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 데 소홀했던 우리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옛날 같으면 중요 정책과 부패가 국감 대상이 되고 국회의 중점 조사 대상이 됐으나 그런 것이 없다 보니 여야가 감정적 대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 인신공격성 질문도 여전=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집중 공격했다. 주 의원이 "정 장관은 2000년 보안법 개정에 찬성하지 않았는데 왜 변했느냐"고 따지자 정 장관은 "남북관계 등 상황이 변했다"고 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보안법 여당 안 중 '부화수행(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덩달아 행동하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정 장관이 잠시 머뭇거리자 주 의원은 "모르면 얘기를 말아야지"라며 핀잔을 줬다.

주 의원은 또 "유신시절 문화방송에 입사한 정동영 기자는 80년 저항 언론인이 내쫓기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했다. "철책선이 뚫리고 잠수함이 돌아다니는데 함부로 (보안법 폐지를)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정책 질의를 해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박소영.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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