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일본경제 추락 원인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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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집단주의적인 일본 시스템의 붕괴가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외교학부의 레너드 쇼파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지 최근호에 게재한 '개혁을 거부하는 일본' 이란 글에서 "부유해진 일본 기업.국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고치려 하기보다는 '탈출' 하려고 하고 있어 경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다음은 요지.

일본인들은 19세기 서구와의 불평등조약, 20세기 2차 세계대전 패배 등 위기 때마다 힘을 모아 정면 돌파했다. 이 때는 모두 한배에 타고 있었다. 모두 살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유해지면서 기업.개인이 각자 자신의 보트를 갖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기면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으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해외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게 된 대기업들은 일본의 잘못된 금융시스템을 외면한다.

개인들도 탈출에 급급하다. 나중에 연금자산이 고갈돼 못받을 것을 우려, 연금을 외면하고 은행을 찾는다.

은행의 초저금리를 문제삼기보다는 저축을 늘리기에 바쁘다. 보육시설을 탓하기보다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해답은 일본인들이 다시 불만을 토로하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려 하는 노력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이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빨리 하지 않으면 일본 기업.시민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더욱 급속한 '탈출' 을 시도할 것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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