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레스· 산토스 기아 'V 엔진오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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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6일 인천에서 SK에 5 - 1 역전승한 기아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선발 투수 레스(28)와 4번 타자 산토스(35)를 따로 불렀다. 김감독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최고(best)" 라고 칭찬했다. 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은 팀이 쾌조의 6연승을 이어가 기분이 무척 좋았지만 '먹튀' 로 여겨졌던 이들의 분발이 기특하기 때문이었다.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레스는 데뷔전인 지난 5월 12일 수원 현대전에서 선발로 나가 2와3분의2이닝 동안 안타 4개로 3실점하며 팀 벤치에 실망만 안겨줬다. 직구 속도가 시속 1백40㎞를 넘지 못했고 볼넷도 많이 허용하며 7월 21일 광주 현대전 이후 5연패를 기록했다. 한때 퇴출 대상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이날도 레스는 최고 구속이 겨우 시속 1백39㎞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는 과감한 몸쪽 승부를 걸었고 후반은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투구로 9이닝을 완투하며 2안타.1실점만을 내줬다. 시즌 타이 기록인 삼진 13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SK 타자들이 "공이 정말 까다로웠다" 고 입을 모을 정도로 그의 볼 끝은 홈 플레이트에서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경기 직후 레스는 "한국에 올 때 1백%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씩 배워가면서 나아지고 있다. 나를 믿어준 팀이 고맙다" 고 소감을 밝혔다.

산토스도 지난달 말 퇴출이 확정됐다가 영입 대상인 외국인 투수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잔류하게 됐다.

김감독으로부터 전후 사정을 듣고 마음을 잡은 산토스는 지난 여섯 경기에서 홈런 2발을 포함, 26타수 11안타(타율 0.423), 6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6연승을 이끌었다. 퇴출설이 나돌던 8월말 일곱 경기 무안타의 부진을 이날 4회초 좌월 홈런과 함께 저 멀리 날려보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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