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 줄잇는 난민 밀입국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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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버해협을 바다 밑으로 가로질러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을 사이에 두고 양국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로터널을 통과하는 화물차에 숨어타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불법 이민자들의 행렬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칼레에 있는 유로터널 화물 터미널에서 화물칸에 숨어들다 저지되는 난민 수는 매일밤 수백명에 이른다. 1999년 프랑스가 영국에 밀입국하려다 잡힌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상가트에 세운 난민수용소에는 현재 최대 수용인원 6백50명의 세 배에 가까운 1천7백여명이 들어차 있다. 프랑스는 5일 상가트 수용소의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난민수용소 수 곳을 상가트 인근에 추가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영국은 몹시 불만이다. 터널 근처에 있는 수용소가 난민들의 밀입국 기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데이비드 블렁킷 내무장관은 12일 프랑스의 다니엘 바이앙 내무장관과 만나 난민수용소 신설 반대는 물론 상가트 수용소까지 폐쇄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영국의 느슨한 이민법과 노동법이 불법이민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상가트에 수용된 난민의 대부분은 쿠르드족과 아프가니스탄인들로 이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입국만 하면 체류증이나 노동허가증이 없어도 취업이 가능한 영국 입국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불법이민자들을 재판 없이 이민국의 결정만으로 감옥에 수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근 수년간 규제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 영국은 지난해 받아들인 난민수가 9만7천9백여명으로 2, 3위인 독일과 네덜란드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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