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견제 위해 유럽에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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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증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EU가 최근 미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은 중국의 2위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한 데다 미국의 유일패권국가주의 경향을 견제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백30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유럽 방문길에 올라 5일 브뤼셀에서 EU 순번의장국인 벨기에의 가이 베르호프스타트 총리,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는 무역, 투자 환경개선등 경제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朱총리는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보험시장 개방조건 협상에 대한 EU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보험시장 개방문제만 타결되면 오는 11월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중국은 신규 진출 보험사에 대해 현지기업과의 합작 지분율을 50대 50으로 제한키로 미국.EU 등과 합의했으나 미국 보험사인 AIG가 1백% 지분율을 보장받고 있는데 대해 EU가 이의를 제기, WTO 가입조건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

나머지 가입조건에 대해서는 멕시코를 제외한 1백41개 WTO 회원국과 이미 합의를 이뤄낸 상태다.

중국과 EU는 또 공동성명에서 ▶정치.인권문제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고▶상호 관심사를 군비통제와 핵 비확산문제로 확대하며▶중국 불법이민자의 유럽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가운데 군비통제와 비확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양측이 함께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시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대회담의 단골 메뉴였던 중국 내 인권문제도 논의됐으나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으며 의제의 우선순위에서도 경제문제에 밀려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예영준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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