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 북핵 변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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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핵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이후 초점은 미국에로 쏠리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은 물론 한.미관계의 전반적인 기상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결정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미국의 반응이 관건=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미.대북 메시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 연설 첫머리에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대목이 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노 대통령이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양보할 것을 요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미 측에 전달한 메시지는 하루빨리 본격적인 북핵 협상을 재개해 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고, 그걸 정부 측은 '보다 창의적이고, 신축적이며, 현실적인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 측의 바람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나설 경우다. 미국 측에서 "채찍이 없는 당근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거나, "어떠한 옵션도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주변에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시 대통령 주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침묵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반면 미국이 노 대통령의 발언에 적극 호응하고 나올 경우 북핵 6자회담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이때엔 북한도 유연하게 반응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미간에 심각한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6자회담의 앞날엔 먹구름이 낄 게 틀림없다.

◆ 이란 핵 포기 선언 여파는=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전격 발표한 사실이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는 15일 "이란 측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용은 물론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우라늄 농축활동을 완전 중단키로 했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상 수석대표인 하산 로하니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리비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됐다"며 "미국 내 강경파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일체의 무력사용 없이 협상만으로도 문제가 풀렸다는 점은 향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한국 핵물질 실험의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도 작아져 결과적으로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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