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암살 위기 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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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서 14일 총격 사건이 벌어진 뒤 경호원들이 마무드 아바스 PLO 신임 의장을 호위해 나가고 있다. [가자지구 AP=연합]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안장된 지 이틀도 안돼 벌써 팔레스타인 내부는 시끄럽다. 아라파트의 유력한 후계자를 암살하려는 사건도 발생했다. 향후 자치정부 수반을 뽑는 선거일이 확정되자마자 일어난 폭력사태다. 선거에는 여러 정파가 후보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팔레스타인은 앞으로 두 달가량 폭력과 내분에 휩싸일 전망이다.

◆ 가자지구가 어디라고=14일 가자지구에 마련된 아라파트 수반의 빈소를 찾은 마무드 아바스(69)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신임의장이 총격을 받았다. 아바스 의장은 아라파트 사후 국민화합을 촉구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했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총탄 세례였다. 20여명의 무장괴한이 아라파트 조문 텐트를 향해 무차별 사격했다. 이어 몇 분간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다행히 아바스 의장은 화를 면했지만 두 명의 경호원이 숨지고 여섯 명이 부상했다. 아라파트 수반도 통제할 수 없었던 가자지구를 방문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지역의 주민과 무장단체는 온건하고 타협적인 자치정부의 대 이스라엘 정책을 비난해 왔다. 연일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자치정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이들은 분노해 왔다.

◆ 무덤의 흙도 마르지 않았는데=아바스 의장은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혹은 사적인 문제도 개입돼 있지 않다"며 암살 시도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PLO 신임의장으로 선출된 지 사흘도 안돼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아랍 언론은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 내부 정파 간 권력투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 같은 폭력사태가 지속되면 선거도 제대로 실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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