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문 이야기] 신문 뉴스와 TV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현대사회에서 대중의 알 권리는 대부분 신문.TV 등 매스미디어에 의존한다. 따라서 수동적 입장의 대중은 신문과 TV 뉴스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문과 TV 뉴스의 특징을 비교해 보는 것도 미디어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필요하다.

5공화국 시절 '땡전 뉴스' 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후 9시 TV 뉴스는 시청률이 높았다. 그런데 9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에 이어 '전두환 대통령은…' 하는 뉴스가 꼭 먼저 나왔다. 대통령의 시시콜콜한 동정 등이 단골 메뉴였다. 이 뉴스를 '땡' 하는 시계 소리와 '전두환' 이 동시에 나온다고 해서 빗댄 말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신문은 편집상 기사 상호간의 비중을 유기적으로 조절해 배열이 가능하고, 독자가 제목을 훑어보며 전체 내용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TV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뉴스가 배열되므로 시청자가 내용 전체를 검토해 취사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가치가 떨어지는 뉴스라도 관련 화면을 곁들여 맨앞에 배치하면 보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집권층은 이 점을 활용해 많은 뉴스들을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왜곡했다.

신문에 비해 뉴스의 양이 적고 심층 보도가 어려운 점도 시간 제약 때문이다. 신문은 뉴스의 양이 많으면 지면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TV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뉴스의 양을 늘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를 올바르게 접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각이 담긴 신문과 TV를 함께 보도록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TV 뉴스가 양이 적음에도 일반적으로 신문보다 상세하다고 느낀다. 음성.동화상 등 공감각적 요소 때문이다. 여기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면이 또 숨어 있다. 뉴스 가치가 크더라도 화면화할 수 없는 기사는 빠지는 경우와 그 반대의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가령 인명 피해가 없어 신문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교통사고 기사를 방송에선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현장 화면이 확보되면 주요 기사로 취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TV와 신문 보도의 가장 큰 차이는 속보성이다. 신문은 제작.배달에 시간이 필요해 기사 마감시간이 있지만 방송은 따로 마감 시간이 없고 현장 생중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속보성과 현장성을 강조하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고, 의미 전달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TV 뉴스의 또 다른 큰 특징은 공공성이다. 방송 주파수는 한정돼 있는 데다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문보다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된다.

이태종 기자

※도움말 주신 분=한동섭 교수(한양대.신문방송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