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 '나비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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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거를, 아니 과거의 행동 하나만 바꿔도 현재가 180도 달라질까. '나비효과'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이 같은 해묵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나비효과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변화가 증폭돼 결국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 같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원리로, 뒤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착안한 영화답게 '나비효과'는 과거의 작은 변화가 불러일으키는 미래의 예기치 못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재미는 크게 두 가지다. 영화 내적으로는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를 한번 바꿔보겠다는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시간여행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영화가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되는 무수히 많은 논리적 오류찾기다.

대학생인 주인공 에반(에쉬튼 커처)이 네 번이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때마다 상상도 못할 만큼 달라져 있는 미래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억을 연구하는 모범생에서 두 팔을 잃은 장애인, 정신병동 수감자로 에반이 달라질 때마다 에반의 어릴 적 친구인 켈리와 토미, 레니의 인생도 그만큼 극적으로 달라져 있다. 비록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현재를 바로잡으려고 과거를 바꿀 때마다 점점 더 가혹해지는 현실을 보면서 느끼는 섬뜩함은 그 어떤 영화 못지않게 긴장감과 공포를 준다. 처음 볼 때는 설명되지 않았던 장면이 나중에 시간여행을 통해 반복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될 때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도 준다.

그러나 한 사람의 기억이 바뀌면 그 기억에 얽힌 모든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는 착상은 기발하기는 하나 논리적으론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맞추는 퍼즐찾기 게임도 퍼즐 한두개는 빠진 것처럼 뭔가 찜찜하다. 그러나 굳이 미덕을 찾자면 '나비효과'는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영화가 될 듯하다. 단 과도한 폭력, 특히 일곱 살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성적 폭력은 이 영화를 보기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 영화는 끔찍한 유년의 상처에서 시작한다.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곱 살 에반은 이혼한 아빠와 사는 토미와 켈리 남매, 그리고 레니와 자주 어울려 논다. 그런데 웬 일인지 엄마가 토미 집에 에반을 맡길 때마다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이들 네 사람이 얽힌 한 사건이 있은 뒤 에반은 이사를 가고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이곳에서의 기억은 잊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자꾸 기억을 잃어버리는 습관 때문에 쓰기 시작한 어린 시절 일기장을 우연히 다시 발견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17일 개봉.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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