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5.9% 급감 내수마저 증가세 꺾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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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반도체.컴퓨터 등 정보기술(IT)제품의 수출 부진에서 비롯된 찬바람이 산업생산과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면서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온 내수마저 둔화시키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5.9% 감소했다.

지난 6월(-2.7%)에 이어 두달째 감소한 것으로 1998년 10월(-8.8%)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이에 따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도 99년 2월(69.1%) 이후 가장 낮은 71%로 정상 수준(76~77%)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18.3%→14.9%)에 조정 기미를 보였던 재고도 7월엔 1년전에 비해 15.2%가 늘면서 다시 증가폭이 커졌다.

내수도 도.소매 판매가 2.5% 증가하는데 그쳐 6월(4.5%)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도 6월(13.7%)의 절반 수준(7.1%)의 증가에 그쳤다.

◇ 반도체 경기가 관건=전체 산업생산의 23%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생산이 7월에 15%(물량 기준) 줄었다. 컴퓨터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도 생산이 30.7%, 13.2%씩 줄어들면서 내수 출하(-1.5%)보다 수출 출하(-11.2%)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는 물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 중 반도체 생산액(경상가격 기준)은 5천5백억원으로 1년 전(1조5천3백억원)의 35% 수준이다.

◇ 내수도 흔들=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내수도 7월에 자동차 판매가 7.9% 줄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소비형태도 백화점.대형 할인점 등의 매출이 30% 이상 늘어난 반면 재래시장 등은 4~5% 증가에 그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물건을 팔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는 재고도 많아져 출하대비 재고율이 89%로 6월(83.2%)보다 높아졌다.

설비투자도 감소폭이 2.8%에서 10.3%로 커지면서 9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져 경기회복의 기초체력마저 식어가는 모습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떨어지자 내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산업이 계속 흔들리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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