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상경 손학규, 김진표·유시민 접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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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실패로 야권 연대가 무산되자 손 전 대표는 이날 유 후보에게 긴급 회동을 제안해 만났다. [김형수 기자]

“참 민망합니다.”(유시민)

“어려운 마음이실 텐데….”(손학규)

“죄송합니다.”(유시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손 전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회동이다. 손 전 대표는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야권 연대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협상을 꼭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고 나서 하루 뒤 야권 연대가 무산되자 그는 유 전 장관을 만나러 칩거 중이던 춘천의 농가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두 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회동 후 민주당 조대현 부대변인은 “(두 사람이)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단일화를 위해 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 전 장관도 회동 후 “손 전 대표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유 전 장관과의 만남 직후 손 전 대표는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김진표 최고위원과도 만났다.

현재 손 전 대표의 ‘유시민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는 대조적이다. 정 대표는 전국적·전면적인 야권 연대는 어려워졌지만 시·도당별로 연대 노력을 계속하고, 광역 단체장 후보의 경우 개별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 전 장관에 대해선 강경하다. 민주당은 유 전 장관의 ‘무조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협상 결렬과 관련해선 유 전 장관의 책임론을 계속 부각하는 중이다. 일종의 ‘고사(枯死) 작전’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전 대표는 유 전 장관에게 손을 내밀어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 하고 있다. 측근들은 “손 전 대표는 도대체 뭘 가지고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지 걱정한다”고 전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양대 전략은 야권 연대 성공과 시민공천배심원제를 통한 공천 개혁이었다. 야권연대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이었고, 정 대표가 21일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사실이기도 하다. DJ는 정 대표에게 “민주당이 과감하게 내주더라도 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천의 경우 ‘개혁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야권 연대도 무산되면서 민주당의 양 날개는 모두 꺾인 형국이 됐다. 그런 가운데 손 전 대표가 나섰다. 야권 연대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글=강민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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