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 새 6개 … 일본은 지금 ‘신당 전국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이 ‘신당 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창당했거나 신당 결성을 선언한 정치집단은 6개나 된다. 대부분은 지난해 8월 총선에서 야당이 된 자민당 이탈 세력이다. 민주당·자민당·공명당·사민당·국민신당·공산당·신당일본 등 기존 주요 정당의 수를 넘어설 기세로 신당이 난립하고 있다. 마치 16세기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일본 천하를 처음 통일하기 직전의 전국시대를 연상시킨다. 창당 러시는 자민당의 힘을 빼면서 집권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는 더욱 강하게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신당=자민당에서 총리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히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스조에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마스조에는 “내가 당수로 당을 창당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을 타도하겠다”며 전격적으로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5명 이상의 동료 의원이 나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과 신당 창당 러시는 이미 지난해 총선 직전부터 꾸준하게 진행돼 왔다. 자민당 내부 개혁을 외쳤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중의원 의원은 지난해 1월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탈당해 8월 초 ‘민나노(우리 모두의) 당’을 창당했다. 와타나베는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3% 가까운 표를 얻으며 신당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신당 창당의 가장 큰 동력원은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 저하다. 정책 혼선으로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야당인 자민당에 대해서도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3월 하토야마 총리의 친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전 총무상의 자민당 탈당이 도화선이 됐다. 자민당의 중진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전 재무상은 이달 초 전격적으로 탈당해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과 손잡고 지난 10일 신당을 창당했다. 신당에는 현역 자민당 의원 4명이 참가했다. 당명 ‘일어나라 일본당’은 신당의 후원자를 자청한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지어준 것이다.

◆지방 정치인들도 ‘반란’ 준비=자민당의 분열과 민주당의 정책 혼선이 국민적 반발을 일으키면서 지방 정치인들도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 오사카(大阪)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는 19일 ‘오사카 유신(維新) 모임’을 발족하고 자신이 대표로 취임했다. 하시모토 지사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행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 했으나 기존 오사카 시장과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직접 정치세력을 만들어 시민의 힘으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오사카부 주민으로부터 90% 수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선거혁명이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7월 참의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이 공천한 후보들을 기초단체장으로 대거 출마시킬 계획이다. 사실상 ‘하시모토 신당’이 되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자민당 등 기존 정당과 대전쟁을 벌이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사카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8일에는 야다마 히로시(山田宏) 도쿄도 스기나미구 구청장과 나카다 히로시(中田宏) 전 요코하마(橫濱) 시장, 사이토 히로시(齊藤弘) 전 야마가타(山形)현 지사가 일본창신(創新)당을 결성했다. 당수에 취임한 야마다 스기나미구 구청장은 “이대로는 일본이 망한다”며 “일본을 뿌리부터 개혁해 강력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본창신당은 여름 참의원 선거에 10명 이상의 후보자를 내 5석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