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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발전전략에 ‘콘텐트’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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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이들 발전전략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의 접근방식은 아직도 기술력과 하드웨어의 개발 측면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의 지속적인 가능성 창출을 위해 필수인 ‘이야기 소재’의 개발과 이를 위한 ‘교육인프라’ 부문에는 비교우선순위가 현저히 낮게 정리된 느낌이다. 발전전략에 담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산업 활성화 방안은 전체 계획의 규모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은 “어떠한 기기나 기술도 훌륭한 콘텐트 없이는 텅 빈 그릇에 불과하다”고 했다.

우리가 컴퓨터 그래픽이나 3차원 영상이라는 최첨단 그릇을 자신있게 채울 만큼 넉넉한 콘텐트를 확보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문화창의 (文化創意)’를 정책기조로 삼아 중국 문화의 고급화·현대화·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도 ‘지적재산입국’을 국가정책 기본방향으로 표방, 콘텐트 개발자와 특성화된 프로듀서 등을 양성하기 위한 인재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미국 국내뿐 아니라 세계 도처의 콘텐트를 채집해 디지털 상품화하고 있다. 영국도 ‘디지털 브리튼(Digital Britain)’을 선언하고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국가산업으로 삼아 전문 스토리텔러를 양성하는 공립교육기관을 40군데나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어 스토리텔링 산업을 이끌고는 있다. 그러나 그 기반을 보다 넓게 확장해 문화산업의 창의성 개발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 소재 발굴과 그를 위한 교육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할 것이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문화기술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특성화된 고등연구교육기관의 설립도 고려해봄 직하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주요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발맞춰 문화산업에도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 일자리를 채울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문화콘텐트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핵심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인 것이다. 문화의 그릇을 채울 이야기 소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다듬고, 문화의 일자리를 채울 양질의 인재를 길러야 한다. 문화는 기술로만 꽃피지 않는다. 문화라 부르려면 콘텐트가 생명이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