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한국경제, 재생의 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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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신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실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담았다.

'제도경제연구회' 와 '참여사회연구소' 소속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집권 후반기 김대중 정부 경제정책의 대차대조표의 성격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의 지향점이 우리 사회를 탈시장경제의 과거 국가사회주의로 나아가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국가사회주의와 같은 체제변혁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시장경제의 육성 혹은 시장 규칙과 질서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고민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정부의 조절기능을 가능한 폐지하려는 신자유주의의 입장과 구별된다.

이 책이 보는 한국경제의 현위치는 금융과 기업의 부실로 대표되는 무책임한 구체제의 악습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순항하지 못하고 악성 교배를 반복하는 있는 중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단순히 단기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 책이 제시한 복합적 위기상황을 살펴보면 첫째가 사회적 통합과 민주주의 실종의 위기다. 한국사회는 점점 더 80의 다수자를 배제하고 그 희생 위에서 20의 소수자가 살찌는 '20대 80의 사회' 로 양극분열하고 있음을 말한다.

둘째는 극민경제의 대외종속과 시스템 마비의 위기다. 국제금융자본의 무책임한 유출입과 미국의 패권적 금융주도 자본주의의 거품 사이클에 덩달아 춤추면서 국민경제의 기본적 자율성과 주권적 통제력을 상실해 감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 재생의 길은 무엇인가.

이 책은 "국가주의적 개발독재모델과 시장독재의 신자유주의모델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닌 민주적이고 재생가능한 제3의 발전모델 가능성" 을 모색한다. 그러나 거의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 신자유주의의 길을 궤도수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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