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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석주 스님 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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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계종 총무원장과 원로의원을 역임한 조계종 명예 원로의원 석주 스님이 14일 오후 충남 온양 보문사에서 입적했다. 법납 81세, 세납 96세.

스님은 일제시대에는 민족불교의 정통성을 지키는데 앞장섰고, 해방 후에는 왜색불교 청산과 자주적 독립국가 건설 운동에 나섰다.

또 한평생 종단의 3대 지표인 역경.포교.도제양성을 몸소 실천해 '한국불교 현대화'를 이끌었다. 스님은 특히 1990년대 들어 조계종 종정으로 거론될 때마다 "종정은 종단의 권위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산에 계신 수행승이 맡아야지 나처럼 도심의 포교당에 있는 사람과는 맞지 않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묵묵히 할 일들을 챙겼던 것이다. 선필(禪筆.붓글씨)로도 명성을 떨쳐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수익금으로 보문사 내 복지시설을 건립하기도 했다.

190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스님은 23년 선학원에서 남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후 28년 범어사에서 득도했고 33년 범어사 불교전문강원을 졸업했다. 69년 동국역경원 부원장으로 추대돼 역경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중앙승가대학을 설립해 초대 학장을 지내며 승가 교육에 매진했다. 65년에는 칠보사 어린이회를 창립, 한국 현대불교의 어린이 포교에 큰 족적을 남겼다.

사찰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설립하고 대한불교청소년 교화연합회 등을 만든 것이다.

77년에는 조계종 초대 포교원장, 79년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을 역임했고 84년 조계종 총무원장, 90년 동국역경원 이사장, 94년 종단 개혁시에는 개혁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95년부터 동국역경원 역경사업 후원회장 등을 역임했고, 입적 전까지 서울 봉은사 조실이었다. 봉은사 조실로 있으면서는 어떤 신도가 찾아와도 격의없이 어려운 사정을 들어줄 만큼 소탈했다.

스님은 동국역경원 부원장을 맡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았을 만큼 책임감이 투철했고, 세수 90을 넘겨서도 건강을 유지해 '기도.예불을 거르지 않는다''적당한 운동을 한다' 등 건강 9계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례는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 및 다비식은 18일 오전 부산 범어사에서 거행된다. 051-508-3123~7.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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