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충 vs 교육 내실 vs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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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의 원칙론보다 현실적인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 (기호 1번 오연천 교수)

“서울대 총장은 한국 지성의 대표다. CEO형 총장만으론 곤란하다” (기호 2번 오세정 교수)

“내실 있는 국제화와 학생의 덕성·인성 강화가 목표다” (기호 3번 성낙인 교수)

‘제25대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 공개 대담회’가 21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소견 발표 후 세 명의 총장 후보가 손을 잡고 “서울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오연천·오세정·성낙인 교수. [안성식 기자]

다음 달 3일 실시되는 제25대 서울대 총장선거에 출마한 후보 3명의 소견발표회가 21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기호 1번 오연천 교수는 재정 확충을 강조한 반면, 기호 2번 오세정 교수는 경영자보다는 한국 지성의 대표가 되겠다며 경영은 물론 대학교육 내실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성낙인 교수는 국제화와 인성교육을 내세웠다. 서울대가 직면한 법인화와 세종시 진출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오연천 교수의 논문 자기표절 의혹, 성낙인 교수의 연구비 과다 산정 의혹이 제기된 데다 총장선거에 대한 학내 관심도도 높지 않아 이날 소견발표회장의 참석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소견 발표회를 지켜본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학내 민주주의의 실종”이라며 “법인화 등이 맞물려 차기 총장의 중요성이 큰 데 비해 서울대 구성원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소속으로 정치권에 발이 넓은 오연천 교수는 ‘S.T.A.R.(Superior Teaching, Advanced Research) 프로젝트 10’을 내놨다. 연구, 교육, 복지, 행정, 사회봉사 등 총 5가지 부문 10개 실천과제를 망라한 것이다. 2000억원을 들여 기초연구, 한국학 연구, 연구기자재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오 교수는 S.T.A.R. 프로젝트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2조4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일반회계, 발전기금, 연구비를 임기 4년 내 각각 20%씩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시종일관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예산을 끌어오는 데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자연대 학장을 지낸 물리·천문학부 오세정 교수는 “재정도 중요하지만 그게 서울대 총장의 전부여서는 곤란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도 자연대 학장 재직 당시 65억원을 모금해 신진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대 총장은 단순히 CEO형 총장이 아니라 권위 있는 지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해외에선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은 됐지만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은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연구부문에서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지만 교육 부문에서는 아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만 잘하는 인재가 아니라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자형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며 “다양한 국제경험, 감성교육, 협동심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소견 발표에 나선 법학전문대학원 성낙인 교수는 국제화와 인성 교육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서울대의 현재 목표는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이라며 “우선 2015년까지 세계 30위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제2, 제3 외국어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해외에 서울대에 버금가는 거점 대학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또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로 크더라도 진대제·황창규씨처럼 사회 지도자가 되는 시대”라며 “테크노크라트가 아니라 인성과 덕성을 함양한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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