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북한 해안봉쇄 검토할 만한 대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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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제법상 국가는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자위권(自衛權)을 행사할 수 있다고 유엔헌장은 제51조에 명기하고 있다. 자위권은 1837년 영국군이 캐나다 반군을 지원하던 미국선박 캐롤라인(Caroline)호를 습격해 미국인 2명이 살해되고 선박이 파괴된 이른바 ‘캐롤라인호 사건’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이후 많은 국가가 자위권 행사를 통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자위권은 급박·현존하는 무력공격에 대한 일시적 대응이라는 본질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천안함 침몰 사건 즉시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자위권 행사를 강구했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한반도는 지금 평시가 아니고 정전(停戰)상태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여 한반도에서의 일체의 무력행사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사태는 명백히 정전협정에도 위배되는 무력행사, 즉 적대행위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조치도 분명해진다. 우선 국제기구를 통한 조치다. 오늘날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1차적 책임을 지는 기관이 바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다. 이러한 목적 수행을 위해 유엔은 안보리가 평화에 대한 위협이나 파괴 또는 침략행위의 존재를 결정하고, 필요 시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금번 천안함 피격 사태를 즉시 유엔안보리에 회부해 이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제재조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침몰로 인한 민사상의 배상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국격에 합당한 합법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현실로 구체화되기 위하여는 안보리 표결 절차에 따라 5대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 이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상임이사국인 중국 및 러시아의 태도가 문제될 수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외교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국제사법적인 조치다. 유엔헌장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분쟁당사자는 평화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특히 대화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분쟁의 강제적 해결수단, 즉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사태도 우리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제재판을 통한 해결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제재판은 국내재판과 달리 당사국이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재판소 관할권을 수락한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제로 응소의무가 없어 재판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게 된다. 다만 이 경우를 대비, 유엔총회나 유엔안보리 등을 통해 재판소 관할 수락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해상봉쇄 조치다. 해상봉쇄는 전시에 해군력으로 적국의 해상교통을 차단하는 행위다. 한반도의 상황이 정전 시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조치다. 실제로 미국은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자 군사공격까지 검토했으나 그 강도를 낮춰 쿠바해안을 봉쇄(blockade)하는 조치를(이후 차단조치로 변경) 취한 바 있다.

국민이나 국가가 위기에 처하였을 경우, 국가가 언제 어디서든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원해 주리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줄 때 진정 그 나라는 선진국이며, 그러한 나라를 국민은 진실로 사랑하며 자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러한 의식을 가질 때는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천안함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현수 인하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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