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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독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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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황허(黃河)가 사라진다. 흐름을 멈췄다. 수원이 고갈된 탓이다. 황허는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남아 있다. 창장(長江)도 10년쯤 지나면 황허처럼 될지 모른다. 문명 태동기, 중국은 따뜻하고 촉촉한 땅이었다. 코끼리와 코뿔소가 노닐었다. 곳곳이 숲이고, 습지였다. 지금은 사막화 비율이 세계 최고다. 무차별 벌목과 마구잡이 개발이 주범이다.

황허가 아주 죽은 것은 아니다. 연중 2개월 정도의 우기(雨期) 때면 흐름을 복원한다. 하나 차라리 멈춰 있는 게 낫다. 흐르는 황허는 독류가 된다. 끔찍한 오염 탓이다. 2003년 국제환경조직은 매년 200억t 정도의 오염물질이 중국 내 강과 호수로 버려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일본·인도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합친 규모다. 지금은 쓰레기 양이 얼마나 될지 예측조차 못 한다. 약 7억 명의 중국인이 오염된 식수를 마신다. 인구의 절반이다.

여기에 인위적 독류까지 얹혔다. 최근 칭다오(靑島)에서 독 부추가 등장했다.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선 독 콩깍지다. 오염된 물에, 독 비료를 준 탓이다. 오죽하면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시장 관리 좀 하라”고 지방 관리를 질타했을까.

채소뿐 아니다. 장쑤(江蘇)성에선 최근 독 국수가 나왔다. 석회분과 디젤유를 섞어 ‘아름다운 색깔’을 낸 국수다. 육류와 계란, 우유는 더 큰 문제다. 중국 위생부의 조사 결과 판매 중인 소·돼지·양·닭고기에서 다량의 항생제와 호르몬이 검출됐다.

사료에 섞인 물질은 고스란히 인간의 몸으로 옮겨진다. 인간의 몸은 채소와 곡류, 육류에서 흡수한 농약과 항생제, 호르몬으로 넘쳐 난다. 식품을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과산화수소 등의 표백제나 유황을 사용하는 경우도 나왔다. 중국에서 오염된 식품을 먹은 홍콩 관광객이 병원에 입원했다. 위생부의 식품위생 전문가는 “항생제·표백제가 다량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인간의 장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체에 만성 독성이 쌓이고, 신체 내 정상 세균군(群)의 내약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육회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달부터 식중독 예보지수를 발령한다. 그러나 정작 경계할 것은 중국발 독류다. 중국산 곡물·채소에 포함된 독극물로부터 우리 식탁을 보호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슬란드 화산재는 바람이 불면 날아간다. 그러나 중국발 독류는 어떤 폭풍에도 끄떡없이 밀려들 것이다.

진세근 탐사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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