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위에 '설계자'…몽고메리, 스킨스게임서 우즈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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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2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콜린 몽고메리는 앉아서, 최경주(왼쪽)는 서서 우즈의 샷을 보고 있다. 제주=박종근 기자

우승자는 '황제'가 아니라 '디자이너'였다.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는 정교한 샷이 돋보였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듣던 대로 장타가 일품이었다. 최경주(34.슈페리어)는 끝까지 침착을 잃지 않았고, 박세리(27.CJ)는 남자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최선을 다했다.

14일 제주 라온 골프장에서 열린 MBC 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 스킨스 게임(총상금 17만7000달러)에서 이 코스를 설계한 몽고메리가 9개의 스킨 7만5000달러를 따내 우승했다. 우즈와 최경주는 각각 5만1000달러를 챙겼고, 박세리는 샷거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 개의 스킨도 따내지 못했다.

"도대체 우즈가 누구냐. 모든 홀에서 다 이겨 우승하겠다."

전날 프로암 대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다짐한 대로 몽고메리는 1번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4, 5번홀에 이어 5개의 스킨이 쌓인 10번홀에서 칩샷 버디를 성공시켜 4만7000달러를 추가했다. 몽고메리는 이 골프장의 설계자답게 코스 곳곳을 꿰뚫고 있었고, 스코틀랜드 출신이어서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우즈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강한 맞바람 속에도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95야드(약 269m)나 됐고, 드라이브샷 대부분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2번홀에 이어 12, 14번홀에서 잇따라 스킨을 따내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5만1000달러의 스킨이 쌓인 18번홀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최경주는 전체적으로 샷 감각이 좋지 않았다. 18번홀까지 단 한 개의 스킨도 따내지 못하던 최경주는 연장전으로 펼쳐진 18번홀 그린 주변의 벙커샷 대결에서 '벙커샷 달인'답게 핀 50㎝에 공을 붙여 단번에 5만1000달러를 따냈다.

박세리는 거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파3인 7번홀과 15번홀에서 4명의 선수 가운데 핀에 가장 가깝게 공을 떨어뜨렸지만, 버디 퍼트가 컵을 스쳐 나가는 바람에 빈 손으로 코스를 떠났다.

몽고메리.우즈.최경주 등은 이날 받은 상금 전액을 국내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제주=성호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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