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의 보트 남북한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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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북한을 직접 방문해 우리 스스로 교과서의 역사왜곡,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의 문제점과 종군위안부 문제 및 한반도 분단을 몸과 마음으로 실감해 보자. "

일본의 배타적 우경화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인 5백여명이 한국.북한을 동시 방문하기 위해 27일 1만5천t급 배를 타고 고베(神戶)항을 떠났다.

이번 남북한 방문은 반핵.전쟁반대.환경보호운동에 적극적인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Peace Boat)' 가 마련했다.

피스보트의 파트너(운영진)인 이시마루 겐사쿠(石丸健作)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실감하고 한국.중국이 왜 역사 교과서 왜곡.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지를 알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고 밝혔다.

이들 일본인은 먼저 30일 북한 남포항에 도착해 농촌을 방문한 뒤 평양에서 4일간 머무르면서 버스로 판문점을 둘러본다. 다음달 4일엔 인천항에 도착, 서울과 판문점을 방문한 뒤 8일 귀국한다.

이들은 남북한 방문 중 제2차 세계대전 때 종군위안부로 고통을 겪었던 여성들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는다. 역사왜곡 교과서.야스쿠니 신사 참배.반핵 문제를 놓고 학생.시민단체 등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피스보트는 1982년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이 벌어졌을 때 대학생들이 '외국과의 민간 교류를 통해 역사.현실 등을 정확히 알고 진정한 평화 관계를 구축하자' 는 취지에서 만든 단체.

올해는 일본헌법 개정 반대.우익 역사교과서 거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운동을 폈다.

피스보트 회원들은 배를 타고 외국을 방문한다. 선상에서 방문국의 현안.일본과의 관계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배에서 내려선 관련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눈다. 91년에는 북한을 방문했다.

피스보트의 또 다른 파트너인 노히라 신사쿠(野平晋作)는 "많은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이해하고 참된 관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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